비밀 요원을 민간 종사자로 위장해 대거 투입
관세 정책 등 트럼프 정부 경제전 중시 정책 반영
급증한 국방 예산 등 영향력 강화로 CIA 능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 국방부가 중국과 다른 미국의 경쟁국들을 상대로 경제전을 수행하기 위해 더욱 강력한 비밀 신분 위장 첩보 프로그램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차세대 첩보 프로그램에서 미국 요원들은 미국 정부와의 공식적인 연관성을 전혀 드러내지 않은 채 사업가나 그 밖의 민간 부문 종사자로 위장해 활동하게 된다.
‘비공식 신분 위장 요원(NOC)’을 활용하는 이 새로운 첩보 프로그램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39년간 근무한 뒤 현재 스티브 파인버그 국방부 부장관의 선임고문으로 있는 톰 라쿠산이 감독하고 있다.
지난 2021년 CIA에서 퇴직한 라쿠산은 2017년 CIA의 최고 첩보 작전 책임자인 작전 담당 부국장까지 승진했다.
정보기관을 떠난 라쿠산은 파인버그가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 회사 세르베루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에 합류했고, 지난해 억만장자인 파인버그를 따라 국방부로 옮겼다.
국방부 각 군 조직과 전쟁정보안보 담당 차관실의 전문가들, 그리고 퇴직한 CIA 당국자들이 이 계획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기획 단계이며 아직 작전 수행 단계에 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 내에서 이 프로그램을 어느 조직에 둘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새로운 독립형 비밀 신분 위장 부대로 운영하거나, 국방부가 이미 보유한 비밀 인간정보 수집 역량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다.
미 국방부는 그러한 계획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CIA은 논평을 거부했다. 라쿠산도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의회 위원회들이 이 계획에 관해 보고받은 흔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새 경제전쟁의 목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는 경제전을 국가 운영의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관세와 수출 통제를 부과하고, 미국의 핵심 자원과 기술에 투자하며, 방위산업 기반의 주요 구성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민간 자본과 협력하고, 경제정보 수집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국방부의 경제전 관련 활동 가운데 일부는 공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파인버그는 올해 경제방어부대를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파인버그가 고위 국방부 당국자들에게 보낸 창설 관련 메모에 따르면, 이 부대는 “경제적 수단을 통해 적대 세력을 억제하고, 차단하고, 교란하며, 패배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활동을 추진한다.
파인버그는 지난 2월에 세르베루스 출신이자 국방부 선임고문인 조지 콜리티디스를 경제방어부대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후 이 조직은 미국 국내외의 정유 시설과 광산 사업에 수억 달러 규모의 공공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한 거래에서는 브라질의 대규모 희토류 매장지를 확보하는 데 국방부 자금 7억5000만 달러가 사용됐다.
라쿠산은 국방부가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경제전 관련 임무와 나란히, 비밀리에 수행할 첩보 활동 체계를 구축하는 계획을 감독하고 있다.
◆첩보 기관들의 주도권 다툼
전직 CIA 당국자는 국방부의 이번 계획에 대한 CIA 본부 내부의 반응이 냉담했다고 말했다. CIA는 전통적으로 다른 기관이 자국의 핵심 영역이라고 여기는 인간정보 수집 활동에 개입하는 것을 경계해 왔다.
전직 정보기관 당국자들에 따르면, 국방부가 역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CIA 자체의 비공식 신분 위장 요원 프로그램이 쇠퇴하는 가운데 나왔다. 비공식 신분으로 활동하는 것은 특히 위험한 일로 여겨진다. 이 프로그램의 요원들은 미국 대사관이나 그 밖의 미국 정부 시설을 거점으로 활동할 수 없으며, 체포되더라도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권력 구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방부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국방 예산은 사상 최대 규모인 1조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선 CIA가 과감한 첩보 작전 수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국방부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