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아리셀 참사' 11년 깎인 형량 확정에 "사법 역사 치욕"

기사등록 2026/10/21 14:44:42 최종수정 2026/10/21 14:52:23

"조희대 대법원, 중대재해처벌법 위헌 결정한 것"

주심 천대엽 대법관 향해서는 "자기 판례와 모순"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2024년 6월 리튬 1차전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화재 사고로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된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가 2심에서 감형된 징역 4년을 확정받은 지난 20일 서울 대법원에서 유가족들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6.10.21.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대법원이 23명의 사망자를 낸 '아리셀 참사'의 경영진에게 2심에서 감형된 형을 그대로 확정한 것을 두고 "사법 역사의 치욕"이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21일 대법원의 아리셀 참사 상고심 선고에 대한 논평을 내 "23명의 죽음 앞에 자기 판례마저 버리며 최고법원의 기능 중단을 선언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민변은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고 국민적 관심이 매우 높았다"며 "그럼에도 대법원은 선고 법정에서 유족을 앞에 두고 어떠한 설명도 없이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는 한 문장만을 읽고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고 지적했다.

감형 원인인 아리셀 공장 3동 2층 '비상구·비상통로 유지 의무' 쟁점에 무죄를 유지하며 이유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23명의 죽음 앞에서 최고법원이 갖춰야 할 성의도 예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의 2심은 안전보건규칙상 비상구를 각 층마다 둘 의무가 있다는 근거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1심의 유죄 판단을 무죄로 뒤집었고 대법원도 수긍했다.

이런 판단은 사건 주심인 천대엽 대법관이 6명의 사망자를 낸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 상고심에서 내놓은 판례와 배치된다고 민변은 지적했다.

2021년 9월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이 사건으로 기소된 삼성중공업 등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 상고심에서 '안전보건규칙에 명문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트려 돌려보낸 바 있다.

민변은 "천 대법관은 자신이 세운 법리와 이번 결론 사이의 모순을 논리로 설명할 수 없었기에 설명을 포기하고 도망친 것"이라며 "자기 판례의 법리마저 적용하지 않은 이번 판결은 대법원의 기능 중단 선언"이라고 주장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공장 화재로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아리셀 총괄본부장(사진 오른쪽)이 지난 2024년 8월 28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장소인 수원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6.10.21. photo@newsis.com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후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1심의 무죄율이 형사 공판 전체 무죄율 대비 3배 높다는 통계를 소개하며 "시행 4년 8개월 만에 법원에서 그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양형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중대산업재해치사 양형 기준안이 처벌불원 등을 집행유예의 긍정 사유로 정한 점도 "사전 안전투자보다 사후 합의금 지급이 합리적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에게 사전적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지운 법이고, 재해 예방이라는 국가의 헌법적 의무를 실현하고자 국회가 내린 결단"이라며 "해석과 양형으로 법률이 작동할 가능성을 없앴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법에 대한 사실상의 위헌 판단이며, 우리는 이 판결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아리셀 참사는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친 사건이다.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전날 이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중대재해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순관 아리셀 대표이사에게 원심의 징역 4년을 확정했다. 박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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