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용재 감독 "'수능' 통해 좋은 어른 얘기하고 싶었다"

기사등록 2026/10/21 14:39:36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각본가 이용재, '수능, 출제의 비밀'로 연출 데뷔

"'12인의 성난 사람들' 참고…'지루하면 죽는다'란 생각으로 리듬감 살려"

[서울=뉴시스]이용재 감독(사진=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2026.10.2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이용재 감독이 연출 데뷔작 '수능, 출제의 비밀'에 기성세대와 청년을 향한 시선, 사회적 약자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았다. 수능 출제 본부라는 제한된 공간을 배경으로 권력과 현실의 단면을 코미디로 풀어냈다.

2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용재 감독을 만났다.

영화는 대한민국 2급 국가기밀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를 위해 40일간 외부와 단절된 출제 본부에 지방 소도시 국어 교사 맹보람(이선빈)이 행정 오류로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다. 이선빈을 비롯해 유재명, 전석호, 김영민 등이 출연했다.

유재명은 명문대 국어교육과 출신 국어과 출제위원장 문주열로 분했다. 전석호는 문주열의 오른팔인 평가원 직원 기준수를, 김영민은 문주열과 외모를 제외한 모든 스펙에서 라이벌인 국어과 검토위원장 박경태를 연기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해치지 않아'(2020) 등의 각본을 쓴 이용재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이용재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어른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좋은 어른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 청소년과 청년들에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며 "학생들에게 '너무 노력을 안 한다. 왜 이렇게 의지가 박약해?'라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기성세대도 젊었을 때를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작품에는 사회적 약자를 향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담겼다. 맹보람은 '여성', '지방대', '소도시 교사'라는 키워드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용재 감독은 "힘 없는 사람들한테 박수를 보내고 격려하고 위로를 보내는 얘기를 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선빈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서는 "회복탄력성이 굉장히 좋은 배우"라고 했다. 그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있을 법한 상황에서도 금방 회복해서 다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배우다. 그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문주열 역의 유재명에 대해서는 "경력도 길고 연극을 하며 연출도 했다. 완고한 리더의 자질, 보스 기질이 실제로 있다"고 했다.

영화는 코미디를 위해 과장한 부분이 있지만, 실제 현실을 반영한 측면도 크다고 했다. 이용재 감독은 몇 년 전만 해도 서울대 출신이 수능 출제위원의 80%까지 차지했지만,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이후 40%로 줄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영화 '수능, 출제의 비밀' 포스터(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제공) 2026.10.1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대립을 그리는 과정에서는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참고했다. 이용재 감독은 "제가 워낙 좋아하는 영화기도 하고 그야말로 회의실 한 군데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시드니 루멧 감독 감독이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찍어낸 영화다. 우리도 회의실 장면이 꽤 많이 있어서 참고를 많이 했다"고 했다.

각본가에서 연출자로 나선 경험은 글을 쓰는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그는 "텍스트의 문법과 영상의 문법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정서가 무엇인지 함축적으로 쓰는 지문을 쓰게 됐다. 글 작업 (스타일이) 바뀌었다"고 했다.

연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리듬감'이었다. 그는 '지루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

이 감독은 "무조건 호흡과 리듬은 살려야 되고, 느릿한 느낌이 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 편집본 나온 데서 '마' 뜨는 걸 굉장히 많이 잘랐다"고 했다. 또 "음악 작업도 약간 느릿하거나 무게감 있는 음악들을 많이 거둬내고 바꿨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용재 감독은 "따뜻한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따뜻한 코미디, 유머가 있는 드라마를 하고 싶어요. 존경하는 세계적인 감독님인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님 같은 그런 따뜻한 유머가 있는 드라마를 과연 할 수 있을까요? 마음속에 사표로 모시고 있습니다."

2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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