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갓길 동행·과속 감지…AI 치안기술 한자리
245개사 참가…순찰로봇·영상분석 전시
[인천=뉴시스]최은수 기자 = 2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 '2026 국제치안산업대전' 전시장. 상단에 줌·열화상 카메라를 단 자율주행 순찰로봇이 눈길을 끌었다. 불과 3주 전 경기 고양시 화정역 광장에서 테이블을 들이받아 화분 20여개를 깨뜨렸던 순찰로봇의 신형 모델이다. 기존 2차원(2D) 라이다보다 주변 공간을 입체적으로 인식하는 3차원(3D) 라이다를 탑재해 장애물 인식 성능을 높였다.
이날 경찰청과 인천시가 공동 주최한 치안산업대전에는 이 같은 순찰로봇을 비롯해 현장 적용을 염두에 둔 첨단 치안장비들이 대거 등장했다.
로보티즈가 선보인 신형 순찰로봇은 3D 라이다를 통해 기존 모델보다 더 넓고 높은 공간을 입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줌·열화상 카메라도 탑재해 고정형 폐쇄회로(CC)TV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로 직접 이동해 현장을 살필 수 있다. 이전 세대 로봇 3대는 경기 고양경찰서 관할 공원 3곳에서 실제 순찰 업무에 투입돼 있다.
올해 전시의 화두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었다. 경찰청도 이번 전시회에서 피지컬 AI와 로보틱스를 미래 치안산업의 핵심 분야로 내세웠다. 사람을 대신해 순찰하고 사고현장에 먼저 투입돼 위험을 줄이는 장비들이 전시장 곳곳에 배치됐다.
고속도로 사고현장의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AI 세이프티 비콘'도 그중 하나다.
사고가 발생하면 비콘이 사고현장에서 후방 50~100m가량 자율주행해 뒤따르는 차량에 시각·청각 경고를 보낸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을 켠 차량이 정지된 사고 차량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경우 비콘이 접근 차량을 먼저 감지해 뒤로 움직이면서 차량의 감속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개발진은 "실증 과정에서 비콘은 접근 차량을 평균 약 2.4~2.6초 먼저 인지했다"며 "시속 60~80㎞ 구간에서는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멈추는 결과도 확인했다. 현재는 시속 120㎞로 접근하는 차량까지 충분히 감속할 수 있도록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콘은 순찰차 트렁크에 실을 수 있도록 분리형으로 설계됐다. 배터리도 교체할 수 있어 최대 12시간가량 운용할 수 있다는 게 개발진의 설명이다.
경찰청 연구개발(R&D) 사업인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을 통해 개발 중인 또 다른 순찰로봇은 보행자 안전에 초점을 맞췄다.
관제센터에서 임무를 내려주면 횡단보도에서 차량 진행 방향을 막아 보행자가 안전하게 건너도록 돕거나, 늦은 시간 주택가 골목에서 여성의 귀갓길을 목적지까지 동행한다. 레이더와 카메라, 라이다 등을 이용해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인 공간에서 과속 차량을 감지하고, 안전모를 쓰지 않은 이륜차의 번호판을 식별하는 기능도 갖췄다.
현재 경기 시흥 테스트베드에서 기능과 성능을 검증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추가 실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경찰 현장 적용을 위한 시범사업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전시장 한쪽 대형 화면에서는 이노뎁의 이동형 AI 영상분석 플랫폼 'VUFlow'가 CCTV 영상 속 사람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사람이 특정 구역에서 장시간 배회하면 자동으로 알림을 띄우고, 싸움이나 쓰러짐 등 이상행동도 포착한다. 옷차림 등 인상착의 정보를 토대로 여러 CCTV에 찍힌 동일 인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기능도 갖췄다.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 '물건을 들고 있는 사람' 등 자연어 조건을 입력해 저장된 영상에서 관련 인물을 찾는 기술도 소개됐다. 이노뎁 측은 관련 영상분석 기술이 지방자치단체 관제센터와 한강 교량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국제치안산업대전은 이달 24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AI와 로보틱스로 여는 K-치안의 새로운 시대'를 주제로 국내외 245개 기업이 880여개 부스를 마련했다. AI 영상분석 시스템과 자율주행 순찰로봇, 치안 드론, 과학수사 장비, 사이버보안 기술 등이 전시됐다.
현장 경찰관들이 AI 순찰로봇의 성능과 안전성, 사용 편의성을 직접 평가하는 품평회도 열린다. 경찰청은 이를 향후 기술개발과 현장 도입에 반영할 계획이다.
31개국에서 초청한 해외 바이어 82명이 참여하는 수출상담회와 공공기관 구매상담회 등도 진행된다. 경찰청은 조직적 스캠 등 국제범죄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국제공조협의체 총회'도 처음 개최한다.
박현수 경찰청 미래치안정책국장은 "우수한 치안기술이 실제 현장에 도입돼 국민안전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K-치안산업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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