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데이터센터 약 80% 모스크바 일대 집중 추산…우크라 장거리 드론 사정권
러시아 정부 방어책 협의…폐광·채석장에 데이터센터 설치 제안도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신미국안보센터(CNAS)와 해군분석센터(CNA)에서 러시아 군사기술을 연구하는 새뮤얼 벤데트의 분석을 전했다. 벤데트는 "얀덱스 등 피격된 데이터센터의 피해가 러시아의 AI 개발을 상당히 지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의 군사용 AI 개발은 전통적으로 민간 기업과 별도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벤데트에 따르면 민간과 군사 부문은 일부 같은 연산자원과 첨단 반도체, 민간 기술인력에 의존한다. 서방 제재로 파손된 장비를 교체하기도 쉽지 않아 민간 데이터센터의 피해가 군사용 AI 개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최근 드론 공격 관련 데이터를 AI 개발자들에게 제공해 신경망과 알고리즘 학습에 활용하도록 할 계획도 발표했다. 벤데트는 민간 기술자들이 이번 공격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 군사용 AI 분야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데이터센터가 특정 지역에 집중된 점도 취약 요인으로 지목됐다. 세르히 페트렌코 전 얀덱스 우크라이나 대표는 러시아 전체 데이터센터의 약 80%가 모스크바와 주변 지역에 몰려 있다고 추산했다. 이 지역들은 우크라이나 장거리 드론의 공격 범위에 들어간다.
미국 전쟁연구소(ISW)의 러시아 연구원 테티아나 트라흐는 "러시아 데이터센터는 우크라이나보다 더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는 이런 위험을 감수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피해를 입히는 동시에 자국 데이터센터도 추가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는 설명이다.
양국의 데이터센터 공격은 지난 9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9월23일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인터넷 사업자 유텔스(UTELS)의 통신장비가 설치된 데이터센터가 파손됐다. 클라우드 서비스 펙스넷(Fex.net)도 영향을 받았으며 키이우에서는 약 10만 가구가 인터넷 접속 장애를 겪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인터넷망은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어 국가 전체의 인터넷을 마비시키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터넷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주고받는 인터넷교환소 1-IX의 아나톨리 프롤렌코프는 시설 파괴로 일시적인 접속 장애나 통신 속도 저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인터넷이 완전히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벤데트도 공격이 효과를 내려면 서로 다른 시설 100여곳을 지속해서 타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시설 보호를 강화하기로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9월25일 군 지휘부와 회의를 마친 뒤 데이터센터와 주요 통신시설의 보호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데이터센터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맞섰다. 이달 8일부터 18일까지 러시아 최대 기술기업 얀덱스의 데이터센터 3곳과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의 건설 중인 시설, 소셜미디어 기업 VK의 데이터센터를 공격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데이터센터 공격에 대한 대응과 관련해 "우리는 언제나 똑같이 대응한다"고 말했다.
8일 얀덱스 데이터센터 공격 이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중심으로 여러 온라인 서비스에서 접속 장애가 보고됐다.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은행 서비스와 구글, 러시아 동영상 서비스 루튜브, 러시아 철도청 웹사이트, 온라인 쇼핑몰 등에 접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얀덱스 데이터센터에 대한 추가 공격이 이어졌으며 관련 시설 일부는 일주일 넘게 복구 작업을 진행했다.
14일에는 우크라이나 드론이 러시아 사라토프주 발라코보에서 건설 중이던 스베르방크 데이터센터를 공격했다. 스베르방크는 공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자사의 모든 서비스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군사 블로거 '아트 조키'는 그동안 데이터센터 공격이 양국 사이에서 비공식적인 금기로 여겨졌지만 러시아가 먼저 우크라이나 시설을 공격하면서 보복의 길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스베르방크의 핵심 서비스를 마비시킬 경우 예금자들이 불안에 빠져 대규모 인출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도 데이터센터 방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막수트 샤다예프 러시아 디지털개발부 장관은 12일 데이터센터 보호 문제를 국방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도 14일 주요 정부 인사들과 사이버보안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는 스베르방크 최고경영자 헤르만 그레프와 중앙은행 총재 엘비라 나비울리나가 참석했지만 크렘린궁은 회의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과 관련됐다는 해석을 부인했다.
벤데트는 "러시아는 사태가 이렇게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제 데이터센터를 지하에 두거나 더 먼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 등 해결책을 서둘러 찾고 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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