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궈광 "시진핑 발탁 인사들도 옛 권력층과 접촉하며 세력 경쟁"
내년 당대회 앞두고 사정 강화…WSJ, 관료사회 위축·경제정책 차질 우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중국 엘리트 정치 전문가인 우궈광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경제제도연구센터 선임연구학자의 견해를 소개했다. 우 연구원은 시 주석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집단이 형성됐으며, 내년 공산당 지도부 재편을 앞두고 영향력을 다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국가감찰위원회는 지난 13일 황치판(74) 전 충칭시장이 중대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충칭은 중국 남서부에 있는 대도시로, 황 전 시장은 오랫동안 중국 경제정책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중국 당국은 구체적인 혐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2027년 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제21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이뤄졌다. 당대회에서는 차기 핵심 지도부의 인선과 권력 배분이 결정된다. 우 연구원은 이런 권력 재편을 앞두고 시 주석이 고위 인사들의 움직임을 더욱 경계할 수 있다고 봤다.
황 전 시장에 대한 조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가 오랫동안 중국의 권력투쟁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넘어지지 않는다는 뜻의 '부도옹(不倒翁·오뚝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여러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주요 경제관료로서 입지를 유지했다.
그는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와 가까운 관계였다. 2012년 보 전 서기와 갈등을 빚은 왕리쥔 당시 충칭시 공안국장이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으로 피신하자, 황 전 시장은 그를 데려오기 위해 직접 영사관을 찾아갔다. 이후 보 전 서기는 몰락했지만 황 전 시장은 시장직을 유지했다.
우 연구원은 황 전 시장이 중국의 여러 세대에 걸친 권력집단을 연결하는 인물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가 거론한 인맥에는 고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가까웠던 상하이 출신 정치·경제계 인사들의 느슨한 연합체인 '상하이방'과 고 주룽지 전 총리 주변의 경제관료들이 포함된다. 보시라이 전 서기와의 관계도 별도의 인맥으로 꼽았다.
중국의 관료사회에서는 개인적 관계가 고위직 인사와 정보, 자금, 정치적 영향력에 접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권력집단에 두루 인맥을 가진 인물이라면 공식 직책에서 물러난 뒤에도 영향력을 유지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우 연구원은 과거 권력집단들이 이제 시 주석을 권좌에서 끌어내릴 힘은 없지만, 여전히 그의 정책에 저항하거나 주요 인사 결정과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이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시기에 구축한 서방 정치·경제계 인맥도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평가했다.
여기에 시 주석이 직접 발탁한 인사들 사이의 경쟁까지 겹쳐 있다는 것이 우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이들 사이에서 형성된 경쟁 집단을 '시진핑 측근 내부 계파'(sub-Xi factions)라고 불렀다. 시 주석과 과거 반대 세력의 대립뿐 아니라, 시 주석 아래에서 권력을 나눠 가진 인사들끼리도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 연구원에 따르면 일부 시진핑 측근은 권력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과거 권력집단과의 관계를 활용하려 하고 있다. 반대로 원로급 인사들도 현 지도부 안에서 자신들에게 힘을 보태줄 사람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황 전 시장은 이런 양측의 접촉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통로로 여겨졌을 수 있다. 우 연구원은 황 전 시장을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도 현 지도부 인사들과 과거 권력집단 사이의 연결을 끊으려는 의도였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동기가 당국의 공식 조사 사유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입건 대상에는 성·부급 이상 고위 간부 50명이 포함됐다. 같은 기간 징계를 받은 이 직급 간부는 74명이었다. 입건과 징계는 서로 다른 절차에서 집계된 수치로, 두 숫자를 합쳐 조사받은 인원으로 볼 수는 없다.
WSJ은 숙청이 시 주석의 권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관료사회에 불안감을 퍼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퇴직 관료와 식사를 함께한 일까지 정치적 음모로 해석될 수 있는 분위기라면, 관료들은 적극적인 결정보다 책임을 피하는 쪽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중국 경제 운용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WSJ은 관료들이 투자와 정책 결정에 따르는 위험을 꺼리는 모습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경제가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반부패 숙청이 오히려 정책 집행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WSJ은 내년 당대회가 결정을 내리기 두려워하는 관료조직의 모습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시 주석이 새 지도부 구성을 통해 권력을 과시하더라도, 숙청을 두려워하는 간부들이 투자나 정책 결정을 미루면서 정부가 경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