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재정위기, 다음은 美 차례?…"달러·AI 덕에 가능성 낮아"

기사등록 2026/10/21 12:05:04

미국 재정 적자, GDP 6% 넘어…프랑스는 5.4%

경제 구조 달라…달러 패권에 美국채 수요·AI도

유럽 전역 재정 위험 가능성↓…美 부채 한도 협상은 변수

[파리=AP/뉴시스] 프랑스 전역에서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폭동과 약탈로 번진 이후 처음으로 통행금지가 시행된 다음날인 20일 사람들이 불에 탄 차량을 바라보고 있다.2026.10.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고재은 기자 = 프랑스 전역에서 경제난에 따른 폭력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미국도 비슷한 위기를 겪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달러 패권,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 등을 고려하면 과한 우려라는 평가가 나온다.

20일(현지 시간) 미국 CNN은 "프랑스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미국인들에게도 위험할 정도로 익숙하게 느껴지는 정치, 경제적 심판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는 최근 상환 능력을 넘어선 지출이 누적되며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고 있다. 이란 전쟁에 에너지 비용이 오르고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채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공공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19%로, 유럽연합(EU) 목표치의 2배에 달한다. 연간 재정 적자는 GDP의 5.4%다.

증세, 정부 지출 삭감 등이 해결책으로 거론되지만, 시위대는 고물가로 생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긴축 정책이 민생을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재정 수치도 비슷해 보인다. 재정 적자는 약 2조 달러로 GDP의 6%를 넘는다. 미국의 공공 부채(public debt)의 상환 비용은 연간 1조 달러를 돌파해 연방 예산 총액의 14%에 달한다. 세금 7달러 중 1달러는 이자로 쓰인다는 뜻이다.

다만 CNN은 "유럽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지출 삭감, 증세 논의가 미국에서는 훨씬 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표면적인 상황은 같지만 미국 경제의 독특한 특성이 있어서 당장의 위험은 크게 멀다"고 진단했다.

◆美국채 수요에 금리 낮아져…AI 성장 뒷받침

가장 큰 이유로는 달러가 기축통화로 쓰인다는 점이다. 달러 패권이 지난 10년간 다소 약화했지만, 미국 국채 수요는 여전히 견조하다.

이 때문에 글로벌 국채 매도세 중에서도 미국 국채 금리는 다른 서구 경제권에 비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CNN은 "지난주 증시가 급락하자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미 국채 수요가 늘었고, 국채 금리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전했다.

미국이 세계 1위 경제 대국이라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미국은 프랑스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다양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외부 충격을 잘 이겨낼 수 있다.

특히 AI가 크게 성장하면서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CNN은 "재정 적자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경제 성장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라며 경제성장률을 기준으로 이자 부담을 비교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수석 경제학자 마크 잔디는 "프랑스와 영국은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미국은 AI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많아서 부채를 관리하기 더 쉽다"고 평가했다.

다만 당장 부채 위기가 닥치지 않았다고 해서 정부가 재정적으로 책임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미국이 프랑스, 영국보다 부채 문제를 잘 다룰 수 있다는 뜻이라며 "그 사실에 안도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문제가 유럽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낮다는 진단이 나왔다.

CNN은 "경제학자 사이 프랑스의 재정 문제는 국내 문제에 국한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며 "현재 다른 유럽 국가들의 재정 적자 규모는 프랑스보다 훨씬 작고, 일부 국가는 올해 재정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의회-행정부 부채 한도 협상 실패 시 위험

다만 미국의 'X데이트(X-date)' 등 프랑스 이외에서 부채 위기를 초래할 변수는 남아 있다고 봤다.

X데이트는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수 있는 시점을 뜻하는데, 새 의회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채 한도 협상에 실패할 경우 재정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는 취지다.

특히 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부채 한도 증액에 실패할 경우, 미국은 상환 능력이 있더라도 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잔디 경제학자는 "내년 핼로윈까지 미국이 부채 한도를 초과하는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문제가 연쇄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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