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돈 잘못 옮기면 누구 책임?…英중앙은행 총재, 규제 촉구

기사등록 2026/10/19 17:38:49 최종수정 2026/10/19 18:00:24

베일리 "경제적 대리인 가능해도 대부분 법체계선 법적 대리인 아냐"

씨티·BofA, 외부 AI 계좌 접근 제한…고금리 계좌로 예금 이동도 경계

[런던=AP/뉴시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가 2022년 5월5일 런던에서 기자들에게 금융정책 보고서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6.29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 총재가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고객 대신 송금이나 이체를 하다 사고를 내면 누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할지 금융당국이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18일(현지 시간) 베일리 총재가 17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 금융계 주요 인사들의 모임인 주요30인그룹(G30)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여러 단계의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AI 시스템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결제를 관리하거나 은행 계좌 사이에서 돈을 옮기는 등의 업무를 맡을 수 있다.

베일리 총재는 "우리가 경제적 대리인이라고 부를 만한 존재는 만들 수 있지만, 대부분의 법체계에서는 법적 대리인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누가 책임지는지, 그에 따른 법적 책임과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며 "사람들이 이 문제를 잘못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베일리 총재는 AI가 사람을 대신해 업무를 수행할 때 발생하는 문제를 금융 규제당국이 반드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에 금융거래를 맡기는 것과 사고가 났을 때 누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미국 대형은행들은 외부 AI 에이전트의 고객 계좌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16일 이러한 제한 조치를 도입한 미국 은행 대열에 합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 씨티그룹이 외부 AI 에이전트가 고객 계좌에 직접 로그인하거나 은행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AI가 관여한 금융거래에 문제가 생겼을 때의 책임 기준을 마련하는 동안 외부 AI의 고객 계좌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은행들이 경계하는 문제는 거래 사고에 따른 책임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분석가들은 AI 에이전트가 고객을 대신해 자유롭게 돈을 옮길 수 있게 되면 기존 은행권에서 대규모 예금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제기했다.

AI가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계좌를 찾아 고객의 돈을 옮기는 일이 쉬워지면 고객은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은행들은 그동안 낮은 금리로 확보해 온 예금이 다른 금융회사로 이동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베일리 총재는 AI 규제에 관한 논의가 많지만, 위험을 억제하는 데는 AI 모델을 실제로 시험하고 평가하는 일이 궁극적으로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 부문의 사이버 보안 위험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같은 회의에 참석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AI가 금융 안정성에 미칠 영향이 "매우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사람과 우리의 돈이 있고, 그 옆에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존재가 있는 세상이 올까.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어 "지금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어느 날 더 이상 안전장치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AP/뉴시스] 2022년 10월14일 보스턴에 있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사무실 로고. 2026.10.14.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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