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양극재 구울 때 산소 농도' 배터리 수명 좌우"

기사등록 2026/10/19 16:39:27

강원대·포스코홀딩스·인도공대 연구진 공동연구

'순차 소성'으로 단결정 양극재 수명 높여

[포항=뉴시스] 포스텍 친환경소재학과 김경덕 교수 연구팀과 강원대 배터리융합공학과 김영진 교수 연구팀, 포스코홀딩스, 인도공대 봄베이 연구진이 양극재를 굽는 도중 산소 농도로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찾았다. 사진 왼쪽부터 포스텍 친환경소재학과 김경덕 교수·배터리공학과 박현호 박사과정·친환경소재학과_Sushil Kumar 박사후연구원, 강원대 김영진 교수·김상범 석사. (사진=포스텍 제공) 2026.10.19. photo@newsis.com

[포항=뉴시스]송종욱 기자 = 포스텍은 친환경소재학과 김경덕 교수 연구팀이 강원대 배터리융합공학과 김영진 교수 연구팀, 포스코홀딩스, 인도공대 봄베이 연구진과 함께  양극재를 구울 때 산소 농도를 단계적으로 바꿔 입자가 자라는 정도를 조절하고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찾았다고 19일 밝혔다.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은 양극재에 달려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가 얼마나 많은 전기를 담고,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소재다. 애초 양극재는 작은 알갱이 여러 개가 뭉친 '다결정' 구조로 충방전을 반복하면 알갱이 사이에 금이 가면서 성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처음부터 하나의 큰 덩어리로 이뤄진 '단결정 양극재'가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단결정은 만들기가 까다롭다. 950℃ 안팎의 높은 온도에서 굽는 동안 입자가 단단하게 뭉치는 것과 덩치가 커지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균형이 조금만 어긋나도 얼음 속 기포처럼 입자 안에 빈틈이 생기거나, 입자가 지나치게 커져 버린다. 심지어 이 과정은 경험과 감에 의존해 왔다.

연구팀은 굽는 공간의 산소 농도에 주목했다. 양극재를 실제로 구워 보는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함께 진행한 결과, 입자 성장의 열쇠는 입자와 입자 사이 경계가 빨리 움직이면 빈틈이 빠져나가기도 전에 입자끼리 합쳐져 빈틈이 생기고, 반대로 느리면 입자가 충분히 자라지 못해 단결정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산소가 많을수록 이 경계의 움직임은 느려졌다. 실제로 6시간 동안 구웠더니 공기 속에서 구운 입자는 2.75마이크로미터(㎛)까지 자란 반면, 산소 속에서 구운 입자는 1.04㎛에 머물러 2.6배 차이가 났다. 연구팀이 만든 모델도 이 결과를 그대로 재현했다.
[포항=뉴시스] 포스텍 친환경소재학과 김경덕 교수 연구팀과 강원대 배터리융합공학과 김영진 교수 연구팀, 포스코홀딩스, 인도공대 봄베이 연구진이 양극재를 구울 때 산소 농도로 배터리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찾았다. 사진은 공기(주황)에서 빠르게 단결정으로 합쳐지고, 산소(파랑)에서 성장이 억제되는 양극재 입자의 실험·시뮬레이션 비교 모식도. (사진=포스텍 제공) 2026.10.19. photo@newsis.com

연구팀은 '공기로 굽다가 산소로 바꾸는 방법'을 고안했다. 950℃에서 굽는 6시간 가운데 처음 4시간은 공기 속에서 입자들이 빠르게 뭉치게 하고, 남은 2시간은 산소로 바꿔 입자가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든 양극재는 빈틈 없이 단단한 단결정이 됐고, 45℃에서 100번 충전과 방전을 반복한 뒤에도 처음 용량의 83.04%를 유지했다.

공기나 산소 한 가지로만 구운 양극재가 7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훨씬 오래 버틴 셈이다. 반대로 산소를 먼저 넣고 나중에 공기로 바꾸자 입자 속에 빈틈이 남았고, 용량 유지율도 80.89%에 머물렀다. 같은 재료, 같은 시간이라도 순서 하나가 결과를 바꾼 것.

김경덕 교수는 "실험만으로 구분하기 어려웠던 확산과 입계 이동의 역할을 시뮬레이션으로 나눠 분석하고, 모델링으로 찾은 최적의 전환 시점을 실험으로 검증했다"라며 "계산이 실험을 이끄는 공정 설계로, 시행 착오에 의존해 온 애초 양극재 제조 방식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실렸으며, 포스코홀딩스의 지원과 산업통상자원부 재원으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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