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준형 인턴 기자 = 밖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집에 돌아오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과 대처법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16일 유튜브 채널 '정신과의사 뇌부자들'에 출연한 김지용·오동훈 정신과 전문의는 타인을 만난 뒤 유독 쉽게 지치는 사람들의 심리적 배경을 짚으며, 피로를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맞춤형 대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두 전문의는 우선 많은 이들이 겪는 관계 피로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HSP(Highly Sensitive Person)' 기질을 꼽았다.
HSP는 소리나 빛 같은 감각 자극부터 타인의 미세한 감정 변화까지 주변의 자극을 남들보다 훨씬 깊고 강하게 받아들이는 기질을 말한다. 전체 인구의 약 15~20%가 이에 해당한다.
두 전문의는 진료실 사례를 언급하며 "분명 친구를 만나서 실컷 웃고 떠들며 좋은 시간을 보냈는데, 집에 오면 소파에 쓰러져 아무 말도 하기 싫고 연락조차 귀찮아진다는 이야기를 매일같이 듣는다"며 "이는 사람이 싫어서가 아니라, 같은 자리에 있어도 뇌가 훨씬 더 많은 자극을 처리하느라 에너지를 과다하게 소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민한 사람들이 쉽게 지치는 구체적인 양상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우선 식당의 소음이나 조명 등 주변 환경적 자극을 걸러내는 데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고 지적했다. 또 대화를 이어가면서 상대의 미세한 표정 변화와 자신의 모습까지 동시에 점검하느라 쉽게 방전되며, 상대방의 부정적 감정이나 고민까지 고스란히 떠안는 성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피곤한 상태에서도 상대의 속도에 맞추느라 자리를 먼저 떠나거나 거절하지 못하는 태도 역시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김 전문의는 "친구가 말없이 조용해진 것은 팩트이지만, '내 얘기가 재미없어서 화가 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나만의 가설이자 해석일 뿐"이라며 "상대의 감정을 지나치게 떠안거나 대화가 끝난 뒤 자신의 실수를 끝없이 곱씹는 '사후 반추'는 불안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으므로 기질적 민감성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두 전문의는 관계 피로를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관리법으로 약속을 잡을 때 조용한 장소나 한적한 시간대를 선택하고, 대화 도중 화장실 등을 방문해 2~3분간 자극을 차단하며, 만남의 종료 시간을 미리 정하고 거절의 멘트를 익혀둘 것을 권장했다.
아울러 귀가 후에는 조명을 낮추고 온전한 회복의 시간을 가질 것을 제시했다.
오 전문의는 "민감한 기질은 타인의 고통뿐만 아니라 좋은 경험과 위로 속에서도 더 깊은 감동과 회복을 얻어내는 큰 장점이 될 수 있다"며 "상대를 배려하는 만큼 자신의 상태도 존중하며 각자의 속도에 맞춰 관계를 이어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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