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떡볶이집에는 연륜만큼이나 사람들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달려와 수다를 떨며 떡볶이와 어묵을 먹던 중고생들, 점심시간이면 이만한 가성비가 어디에 있냐며 정장이나 유니폼 차림으로 김밥은 물론 떡볶이까지 거리낌 없이 먹던 회사원들, 야심한 시각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찾아와 떡볶이로 스트레스를 날리고 순대로 영양을 보충하던 공사장 인부들….
흔하다면 흔한 떡볶이 한 그릇이지만, 서울의 생활문화와 역사를 들여다보는 여행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서울관광재단(대표이사 김병민)은 가을을 맞아 서울시가 선정한 ‘오래가게’ 떡볶이 노포 7것 중 4곳을 골라 이들을 중심으로 주변 명소 까지 함께 둘러보는 '미식 여행'을 제안한다.
서울관광재단은 서울을 여행하며 돌아보기 좋은 곳을 임의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오래가게는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서울시가 2017년부터 지역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간직한 상점을 발굴해 온 사업이다. 2024년 선정 범위를 음식점까지 확대했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관광전문 조인서 인턴 기자 =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27다길 ‘애플하우스’는 서초구 신반포로의 작은 상가에서 시작해 오랫동안 사랑받은 즉석떡볶이 전문점이다.
건물 재건축으로 이수역 인근에 자리를 옮겼지만, 맛은 그대로다.
넓어진 가게에는 일부러 찾아오는 반포 시절 단골부터 새로운 손님들까지 발길이 이어진다.
이 집 떡볶이 맛의 비결은 고추장에 춘장을 섞고 마늘을 더한 특제 양념에 있다.
고추장의 매콤함, 춘장의 묵직한 감칠맛에 마늘 향이 더해져 단순히 맵기만 한 떡볶이와는 다른 풍미를 낸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테이블에서 떡볶이를 끓이면 냄비 속 양배추에서 단맛이 우러나 양념과 어우러진다.
떡과 어묵은 물론 라면, 쫄면 등 취향에 따라 추가한 사리에도 양념이 배어든다.
애플하우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가 ‘무침군만두’다.
바삭하게 튀긴 군만두에 마늘 향이 감도는 진득한 붉은 양념을 버무려 낸다. 군만두의 고소함과 양념의 매콤달콤한 맛이 어우러진다.
떡볶이를 먹으면서 군만두를 곁들이는 것이 단골들에게 익숙한 방식이다.
남은 떡볶이 양념에 밥을 볶아 먹는 것도 별미다. 진하게 졸아든 양념이 밥알에 배어 다 먹을 때까지 떡볶이 맛이 이어진다.
식사를 마쳤다면 동작구 현충로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해 보자.
애플하우스에서 지하철 4호선 총신대입구역까지는 도보 약 3분 거리다.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을 이동해 4·9호선 동작역 4번 출구로 나오면 현충원 동문에 닿는다.
이곳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을 모신 국립묘지이자 도심 속에서 역사와 자연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6·25전쟁 이후 전사 장병들을 안장하기 위해 1954년 국군묘지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1955년 국군묘지관리소가 설립됐다. 1965년 국립묘지로 승격됐다.
이후 안장 대상이 애국지사, 경찰관 등으로 확대되면서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는 장소로 자리 잡았다. 2006년 현재의 명칭으로 바뀌었다.
이곳에는 이승만(1875~1965), 박정희(1917~1979), 김대중(1924~2009), 김영삼(1927~2015) 등 전 대통령의 묘역도 있다.
현충원의 중심에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리는 ‘현충탑’이 서 있다.
1967년 준공된 이 탑은 높이 31m로, 3·1운동 정신을 상징한다. 내부의 위패봉안관에는 유해를 찾지 못한 호국영령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2024년에는 ‘무명용사봉안관’도 건립됐다. 6·25전쟁 등에서 전사했으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무명용사 약 5800위의 유해를 모신 공간이다.
독립유공자와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등을 기리는 ‘충열대’에서 시작해 ‘수충교’ ‘장병묘역’, 무명용사봉안관을 차례로 둘러본 뒤 탁 트인 광장을 지나 ‘충성분수대’까지 가보는 것도 의미 있다.
현충원에서 운영하는 묘역 해설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주요 시설과 역사적 인물들에 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현충원에는 묘역 외에 독립운동과 호국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도 있다.
‘유품전시관’에서는 의병, 독립운동가, 6·25전쟁 참전용사, 전직 대통령 등의 유품을 만날 수 있다.
‘호국전시관’에는 호국영웅 70인의 동판 초상이 전시돼 있다. 독립군 암호 해독, 태극기 퍼즐 맞추기 등 체험 콘텐츠도 마련돼 있다.
현충원에는 오랜 세월 자라 온 나무들이 숲을 이룬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고요한 가을 정취를 만끽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릴 수 있게 해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게 감사하자.
이제 한강으로 발걸음을 옮길 차례다.
동작대로 동작대교 남단에는 한강을 향해 돌출된 전망 카페 두 곳이 있다. 동작역 1번 출구에서 도보 약 3분 거리의 ‘동작구름카페’, 2번 출구에서 도보 약 7분 거리의 ‘동작노을카페’다. 현충원과 가까워 찾을 만하다.
이 중 노을카페에서는 통유리창 너머로 한강을 바라보며 쉴 수 있고, 옥상에 올라 여의도 일대의 고층 건물과 동부이촌동 방면 강변을 조망할 수 있다.
특히 해 질 무렵에는 노을이 붉게 번지고, 밤에는 화려한 불빛으로 수놓이는 한강 풍경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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