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블록 대표·관계자, 상장유지 심사 업무방해만 유죄
法 "기망 인정되나 피해자 착오·인과관계 입증 부족"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3400억원대 가상자산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코인왕 존버킴' 박모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사기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고, 시세조종 부분도 기망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다만 함께 기소된 엔터블록 관계자 박모씨와 대표 한모씨는 코인원 상장유지 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만 유죄가 인정돼 각각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서보민)는 15일 박씨와 '아큐브' 코인 관련 문모씨에게 각 무죄를 선고했다. 엔터블록 관계자 박씨에게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별도로 재판을 받던 엔터블록 대표 한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주문했다. 두 사람 모두 사기·배임 혐의는 무죄다.
박씨는 사업 의사나 능력 없이 '포도코인'과 '아큐브' 코인을 발행·상장한 뒤 허위 홍보와 시세조종 수법으로 각각 약 809억원, 약 26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먼저 '스캠코인' 개념에 대해 "법령이나 판례로 구체적 요건이 정해져 있지 않아, 스캠코인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기망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코인을 발행해 상장했다는 사실만으로는 기망이 되지 않으며 피고인들의 개별 행위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코인과 프로젝트 실체에 대한 기망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코인 플랫폼 사업의 성사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이를 성사시킬 의사나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었음에도, 백서와 텔레그램 대화방 등을 통해 사업성을 알리고 실제 진행 상황은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반면 수급·시세 조작은 기망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가 관리한 SNS 채팅방에서 매수가와 목표가를 언급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만으로 기망행위로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박씨의 구체적 행위가 코인원 거래소 시세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특정하기 어렵고, 설령 가장매매로 형성된 시세가 있더라도 실제 매매계약이 체결돼 코인을 취득했다면 시세가 사실과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기죄는 인정된 기망과 피해자들의 착오 사이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아 무죄가 됐다.
재판부는 "인정되는 기망은 백서 작성이나 인터넷 공지처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피해자별로 착오와 인과관계를 개별 증거로 따져야 한다"며 "진술이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는 인정할 증거가 없고, 확인된 피해자 중에는 블로그·유튜브·지인 소개 등으로 매수하거나 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있다"고 했다.
백서를 보고 매수했다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단기 차익 실현 목적으로 투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박씨의 피해자 김모씨에 대한 사기 혐의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포도코인을 판 사람이 확인되지 않고, 이를 팔아 이익을 본 사람이 피고인이거나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제3자라는 점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한씨의 엔터블록 대상 배임 혐의 역시 "발행 물량 중 55%는 박씨가, 나머지는 절반씩 갖기로 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포도코인 소유 회사가 엔터블록이라는 전제의 배임 혐의는 입증이 충분하지 않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유죄가 인정된 업무방해는 한씨가 코인원 측에 인력을 고용해 급여를 지급할 예정이라는 허위 자료와 거래내역 증빙을 제출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허위 자료로 코인원 담당자가 상장유지 심사 요건을 충족한다고 착각하게 했다"며 “2021년 8월 두 차례 자료를 제출한 뒤 9월께 상장유지 심사에서 포도코인이 유의종목으로 지정되지 않아 업무방해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엔터블록 관계자 박씨에 대해서는 “2021년 4월께부터 사무실에 출근해 프로젝트 업무를 수행했고, 중요한 사안을 한씨와 함께 공유받아 결정하는 위치에 있었다”며 공모 관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 "피고인들이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점, 각 처벌 전력 등을 종합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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