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 피해 허둥지둥 철수하는 미군

기사등록 2026/10/08 07:43:13

중동 미군기지 여러 곳 재건 불능 상황

멀리 떨어진 영국 기지서 B-1 서둘러 철수

막강한 군사력 과시하려던 트럼프 정부

이란 전쟁에서 미국의 힘 오히려 제약

[페어포드=AP/뉴시스]영국 페어포드 공군기지에 주둔하던 미 공군의 B1 폭력기들. 미국은 지난 5일(현지시각) 이란 배후 용의자들이 폭격기 파괴 공격을 우려해 급히 미 본토로 철수시켰다. 2026.10.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가 이란 전쟁을 일으킨 부수적 결과로 미국이 힘을 과시하기 위해 전세계에 배치한 미군 전력을 서둘러 철수할 수밖에 없는 “쓰라린 결과”를 감수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주말 미국은 영국에서 B-1 폭격기 12대를 서둘러 철수시켰다. 트럼프와 당국자들은 철수한 이유에 대해 밝히지 않으면서도 별일 아니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그러나 이번 일은 미국이 억지력을 위해 중동과 영국에 배치했던 군사력을 거듭 철수시킨 사례일 뿐이다.

이란 전쟁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취약점들이 크게 드러나면서 국방부는 1년 전이라면 고려하지 않았을 조치를 취해야 했다.

트럼프는 이란 공격을 미국 군사력의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으려 했다.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폭격과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작전 성공에 자신감을 가진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란 전쟁은 미국의 힘을 강화하기보다 제약했다.

◆잠재 적국들 "미군 쫓아낼 수 있다" 자신감

중동의 기지를 폐쇄하고 영국의 한 기지 사용을 제한하면서 미국이 군사력을 투사하는 데 필요한 군수 지원과 이동이 크게 복잡해졌다.

미국 폭격기들은 이제 미국에서 직접 비행해야 해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됐으며 공중급유도 더 많이 필요해졌다.

아라비아해의 미 항공모함 전단도 3540km 떨어진 인도양의 디에로가르시아 미군 기지에서 재보급을 받으면서 막대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무엇보다 허둥지둥 철수하는 미군의 모습이 이란은 물론 다른 잠재적 적국들에게 미국을 쫓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트럼프와 헤그세스는 유럽에서 자신들이 정한 조건과 일정에 따라 미군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중동과 영국에서의 미군 철수는 그런 계획과는 거리가 멀다.

◆이란 용의자들 우크라의 러 폭격기 파괴 성공서 교훈

미국과 영국의 당국자들은 지난 주말 영국 기지에서 미군기들이 철수한 것이 이란이 배후인 용의자들이 기지 인근에서 미군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감행할 계획이라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용의자들은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드론을 몰래 반입한 뒤 트럭에서 발사했던 대담한 공격에서 일부 영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성공하면서 미사일 사정거리 밖에 병력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게됐다. 드론과 사이버무기가 전장의 양상을 바꿔놓은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란의 해군 전체가 궤멸되는 등 이란의 군사력이 황폐해졌다고 강조한다. 이란은 또 미군의 해상 봉쇄로 원유 수출이 막히면서 경제적 파탄 직전에 놓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미군이 이란으로부터 더 멀리 도망치도록 만들었다.

미군은 바레인,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의 기지에서 철수했다.

이들 기지는 모두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사정거리 안에 있으며 일부 기지는 큰 피해를 입은 탓에 미 국방부가 재건을 포기할 정도다.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수로 문제는 더 복잡하다. 지난 반세기 미군은 두 수로에서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미군은 더 이상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지 못하는 상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정부에서 국방부 중동 정책을 담당한 다나 스트룰은 폭격기 12대를 갑작스럽게 철수한 조치는 전략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이 중동에서 멀리 떨어진 미군 기지를 공격할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트럼프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일으킬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다.

트럼프는 며칠 만에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가 지금은 미 중간선거 이후에 이란이 굴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란의 보복으로 중동 전역의 미군기지가 타격을 받았으며 많은 미군 병력이 역내 호텔등으로 이동해야 했다.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미 중앙정보국(CIA) 기지 등 비 군사시설도 공격했다.

이란의 공격으로 미군이 중동 지역에서 사용해온 군사기지 13곳 가운데 많은 곳이 사람이 거주하거나 활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이란에 인접한 쿠웨이트의 기지들이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쿠웨이트 포트 슈아이바 기지의 미 육군 전술작전센터가 파괴되면서 미군 장병 6명이 사망했다. 알리 알살렘 공군기지에서는 항공기 시설이 파괴되고 부상자가 발생했으며 캠프 부에링 기지는 정비 및 연료 시설이 파손됐다.

카타르의 미 중부사령부 공군 본부인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는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이 파괴됐다. 바레인에서는 미 제5함대 본부의 통신 장비가 파괴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서도 통신 장비와 여러 대의 공중급유기가 파괴됐다.

이에 따라 중동 지역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중동 지역 군사 시설의 위치와 형태를 재배치하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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