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관계·정황 종합 '암묵적 의사합치' 인정
2심 "의뢰·협의 증거 없어"…金도 1·2심 무죄
같은 재판부, 23일 吳 2심 선고…결과 주목
[서울=뉴시스]홍연우 기자 =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재판부가 오는 23일 선고할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항소심에 이번 판결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윤 전 대통령 1심이 부부와 명씨 사이의 장기간 관계와 여론조사 실시·전달 등 여러 정황을 연결해 '순차적·암묵적 의사합치'를 인정했다면, 2심은 이 같은 정황만으로 조사 실시와 무상 제공에 관한 의뢰·협의까지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역시 명씨 진술과 주변 정황을 토대로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인식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라는 점에서 이날 선고가 오 시장 항소심의 증거 판단에서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했던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명씨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에게 제공받은 것은 여론 동향 등에 관한 정치적 조언과 대선 준비 과정 전반의 조력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실시·무상 제공에 관한 "의뢰·협의 등 의사 합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간접증거를 종합해 범죄사실을 인정하더라도 그 추론 역시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돼야 한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실제 전달받았다는 사실과 이를 정치자금으로 무상 제공받기로 합의했다는 사실 사이에는 별도의 증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1심이 유죄로 인정한 14회를 포함해 여론조사 58회 모두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윤 전 대통령과 명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진관)는 지난 7월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1396만3600원 추징을 명했다.
1심은 개별 여론조사마다 명시적인 의뢰 여부를 따지기보다 선거기간 형성된 관계 전체를 하나의 합의로 평가했다. 명씨가 지속적으로 여론조사와 판세 분석 등을 제공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이를 받아본 정황 등을 종합해 묵시적 의사합치가 있었다고 봤다.
실제 전달된 것으로 인정된 14회에 대해서는 조사비 상당의 경제적 이익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정치자금 수수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이 이 같은 원심 판단과 배치되는 결론을 내리며 동일한 여론조사를 둘러싸고 엇갈렸던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하급심 판단도 모두 무죄로 수렴했다.
김 여사의 1·2심 역시 명씨가 자신의 정치적 목적 등에 따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결과를 제공한 점 등을 들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이를 의뢰하거나 무상 제공에 합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1심이 관계와 여러 정황을 연결해 인정했던 묵시적 합의를 2심이 부정하면서, 명씨와 정치인이 밀접하게 교류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주고받았다는 사실이 정치자금 수수의 합의와 고의까지 인정된다고 볼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는 방향으로 판단이 모인 셈이다.
이 같은 판단은 같은 서울고법 형사7부가 오는 23일 선고할 오세훈 서울시장의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함께 묶이는 두 사건이지만 구조는 다소 다르다. 윤 전 대통령 사건은 무상으로 제공된 여론조사 자체가 재산상 이익인지가 문제 된 반면, 오 시장 사건에서는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가 실제 여론조사 비용을 지급했다.
앞서 이 사건 1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지난 7월 오 시장에게 시장직 상실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2100만원 추징을 명했다. 여론조사 10건 중 5건에 대해 오 시장 측의 의뢰와 김씨의 비용 대납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명씨 진술을 전부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오 시장과 명씨의 접촉 시점, 여론조사 실시 과정,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관여, 김씨의 송금 경위 등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는 진술에는 신빙성이 있다고 봤다.
오 시장 측이 여론조사 의뢰와 비용 대납 관여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결국 김씨의 비용 지급이 오 시장의 요청이나 인식 아래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지가 유·무죄를 가르는 쟁점이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같은 재판부가 정치자금 수수의 의사합치와 고의를 인정하는 데 보다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 점은 오 시장 사건의 증거 평가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형사7부가 오 시장 사건에서 명씨 진술과 주변 정황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와 대납 인식을 인정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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