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조희대 '초강경 대립'…대법관 공석 사태 해 넘기나

기사등록 2026/10/07 11:59:49

조희대 "대통령·국회, 대법관 제청 관여 못해"

'증언 거부' 밝히며 靑 해석론 조목조목 반박

법원 안팎 "조희대 초지일관 입장 유지할 것"

청와대도 기류 변화 없어…"이대론 해법 없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 출석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6.10.07.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정감사를 통해 "대통령과 국회는 대법원장의 제청에 관여할 수 없고 제청으로 자신의 권한과 의무가 끝났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청와대와의 대립 구도에서 양보할 수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법원장 제청권과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해석을 놓고 청와대와 대법원의 '강대강' 대립이 계속되는 이상 대법관 공백 사태의 장기화도 불가피해졌다는 관측이 많다.

7일 법원 안팎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전날 국정감사에서 증언을 거부하는 사유를 설명하면서 내놓은 발언은 대법관 제청권에 대한 헌법적 해석과 국회·대통령의 관여 범위에 대한 사실상의 증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왔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삼권분립과 사법독립의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며 증언·선서를 거부했으나,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를 받고 직접 준비한 A4 용지 원고를 6분 13초 간 읽어 내려가며 입장을 밝혔다.

내용에는 증언 거부 사유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의 협의 문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제도 문제 등 대법관 인선 과정 쟁점 전반에 대한 헌법 해석을 구체적으로 담았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의 해석에 대한 반박 성격을 띄었다.

조 대법원장은 헌법 제104조 2항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로 운을 뗐다. 헌법 다른 조항을 보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거나 '기타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로 돼 있지만, 이 조항은 그런 설명이 없으니 "오직 104조 2항에 따라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헌법 104조 2항이 위임 조항이나 단서를 두고 있지 않은 이상, 그간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합의한 후 대법관 후보를 임명 제청하던 관행에는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이번처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서면 제청'한 점 역시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는다"며 문제 없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문에 헌법 조항을 읽고 있다. 2026.10.07. jhope@newsis.com
청와대는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한 것을 두고 헌법의 '상호 존중' 취지에 어긋나며 절차적 완결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는데, 정면으로 부정한 셈이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조직법에 규정된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제도에 대해서는 "국회가 이를 신설할 권한은 헌법상 없지만 대법원장의 양해 아래 제정된 것"이며 "존중하지 않아도 정치적인 문제에 그친다"고 해석했다.

이 역시도 청와대의 입장과 배치된다. 청와대는 "추천위의 추천 결과를 존중해 제청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때 비로소 제청에서 임명에 이르는 전 과정이 헌법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여권에서는 제청되지 않은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와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3명 중 한 명을 다시 제청하라며 대법원을 압박해 왔었다.

조 대법원장은 나아가 "대법원장은 제청으로서 모든 헌법상의 권한과 의무가 다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이 국회로 임명동의요청서를 보내는 문제는 물론 대통령이 임명 제청을 '반려'한 이후의 후속 조치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나섰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법원 내부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허심탄회하게 입장을 밝혔다는 반응과 함께 앞으로도 자신이 내놓은 해석을 초지일관으로 지켜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내용상 증언을 한 것과 같다"며 "이미 대법관 제청 문제에 있어서 법 해석은 해 놓았고 청와대에 근거가 무엇인지 물었지만 답이 없으니 판결을 내놓은 것으로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문제를 대법원장이 스스로 책임지고 떠안고 가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대법원 판결 지연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 큰 대의가 있다고 보는 듯 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2026.10.07. bluesoda@newsis.com
청와대는 직접적인 대응을 자제했지만 기류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어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법원과 추가 협의가 없나'라는 질문을 받고 "대법관의 장기 공석으로 인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받지 않도록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히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정무적으로 풀어야 할 일에서 법리적인 시각으로만 접근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결국 이 문제가 정치적인 성격이 짙은 이상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 5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등으로 인해 대법원에 대한 감정의 골이 무척 깊은 이상, 이 문제를 청와대가 자발적으로 매듭 지을 가능성은 회의적인 반응이 더 많다.

헌법재판연구원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관 후보추천위를 다시 가동할 것이냐, 아니면 기존 후보 중에서 제청할 것이냐 문제는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정치적인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물밑 협상으로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면 이렇게 가는 것보다 나을 수 있지만 양측의 상황을 보면 현 단계에서는 그냥 이렇게 갈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이대로라면 국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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