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제재로 런던길 막힌 러시아산 금…홍콩 수입, 7개월 만에 연간 기록 넘었다

기사등록 2026/10/06 17:21:22

1~7월 112.7t 수입…지난해 연간 92.1t 이미 추월, 2021년엔 3.3t

러시아산 비중 0.6%→약 15%…중국도 중앙은행·소비자 금 매입 확대

[서울=뉴시스] 금괴 자료사진. (사진=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서방 제재로 주요 서방시장에서 밀려난 러시아산 금이 홍콩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홍콩은 올해 1~7월에만 러시아산 금 112.7t을 수입해 지난해 연간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5일(현지시간) CNBC는 귀금속 투자업체 불리온볼트가 홍콩 통계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7월 홍콩의 러시아산 금 수입량이 112.7t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수입한 92.1t을 웃도는 규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021년 수입량은 3.3t에 불과했다.

홍콩의 비화폐용 금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1년 0.6%에서 올해 1~7월 약 15%로 높아졌다.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 같은 급증이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금의 교역로가 서방에서 아시아로 바뀐 흐름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컨설팅업체 게이트하우스 어드바이저리 파트너스의 비타 스피박 선임 컨설턴트는 "전면 침공 이후 홍콩은 러시아와 중국 간 교역의 중요한 허브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스피박 선임 컨설턴트는 러시아산 금의 대부분이 중국 본토로 향한다면서 중국이 러시아산 금을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홍콩을 통하면 세계 최대 금 소비시장인 중국 본토에 곧바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았다.

러시아산 금이 주요 서방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다. 런던금시장협회(LBMA)는 2022년 3월 러시아의 금·은 정련소 6곳을 국제 금 거래의 주요 품질 기준인 '굿 딜리버리' 목록에서 정지시켰다.

이후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도 러시아산 금에 잇따라 제한을 가했다. 그 결과 과거 러시아 금의 주요 목적지였던 서방시장의 문이 사실상 닫혔다.

전쟁 전 러시아 금 산업의 런던 의존도는 높았다. 불리온볼트에 따르면 2019~2021년 러시아가 영국으로 수출한 금은 같은 기간 러시아 광산 생산량의 약 3분의 2에 해당했다.

애드리언 애시 불리온볼트 연구책임자는 "홍콩 공식 통계에서 러시아산 금 수입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은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거듭 감사를 표해 온 양국의 지원과 교역 관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애시 연구책임자는 영국을 비롯한 서방 제재국으로 향하던 러시아 금 수출은 급감했다고 덧붙였다.

홍콩은 러시아산 금이 향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대체 시장으로 꼽힌다. 오래전부터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중국 본토로 금이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금 보관과 결제, 거래 인프라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로나 오코넬 스톤엑스 유럽·중동·아프리카·아시아 시장분석 책임자는 "홍콩은 항상 중국으로 금이 들어가는 중요한 중계무역 거점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상하이가 일부 시장을 가져갔지만 금 거래 허브 경쟁에서는 홍콩이 인프라 구축 면에서 싱가포르보다 약 6개월 앞서 있다고 그는 평가했다.

러시아산 금의 홍콩 유입이 급증한 시점은 중국 자체의 금 매입 열기가 강해진 시기와도 겹친다.CNBC에 따르면 중국은 금을 '전략 광물'로 지정하고 가계에 실물 금을 가치 저장 수단으로 장려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도 외환보유액의 일부로 금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찰스 창 S&P글로벌레이팅스 중화권 기업평가 책임자는 "중국 인민은행이든 중국 소비자든 상당한 규모의 금을 사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소비자들은 저축을 지키려 하고, 금을 그 수단 가운데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베이징=AP/뉴시스] 2023년 3월3일 중국 베이징의 중국인민은행 건물에 중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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