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서 ‘급진화 우려’ 비행 금지됐던 부기장…이스라엘 노선 탔다-WSJ

기사등록 2026/10/03 19:49:06 최종수정 2026/10/03 20:18:23

기장 찌르고 여객기 급강하…승객·승무원이 제압해 참사 막아

오만의 우려 정보 공유 여부는 불투명…UAE, 테러·공모 가능성 수사

[텔아비브=AP/뉴시스] 옷에 혈흔이 남아 있는 이스라엘인 승객 야니브 하윤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받고 있다. 이날 승객 174명이 탑승한 플라이두바이 여객기에서 부기장이 기장을 흉기로 공격해 여객기가 순식간에 4천여 미터를 급강하했다. 이후 하윤이 다른 승객들과 함께 부기장을 제압했고, 여객기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상 착륙했다. 2026.10.01.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기장을 흉기로 찌르고 여객기를 급강하시킨 플라이두바이 1073편(FZ1073) 부기장이 이전에 급진적 이념 성향에 대한 우려로 오만에서 비행 금지 처분을 받았던 인물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후 그는 플라이두바이에 채용돼 아랍에미리트(UAE)와 이스라엘을 잇는 노선에 투입됐다.

WSJ은 2일(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수사 내용을 보고받은 다른 소식통들에 따르면 공격 용의자는 오만 국적의 하맘 알함마미다.

다만 오만이 알함마미에 대한 우려를 UAE나 플라이두바이를 포함한 다른 국가·항공사에 전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가 어떤 이유로 급진화됐다고 판단됐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UAE 정부 대변인은 수사를 예단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의 오만 내 전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플라이두바이와 오만 정부도 WSJ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사건은 지난달 30일 오전 두바이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던 플라이두바이 1073편에서 벌어졌다. 알함마미가 기장을 흉기로 공격한 뒤 항공기를 급강하시켜 기체가 심각한 위험에 처했다.

중상을 입은 기장은 조종석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승객과 승무원들이 조종석으로 들어가 알함마미를 제압했고, 기내에 있던 예비 조종사 2명이 항공기를 안정시켜 사우디아라비아에 비상착륙시켰다고 WSJ은 전했다.

기장과 알함마미는 1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UAE로 이송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알함마미를 직접 조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UAE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UAE 당국은 사건의 경위와 동기뿐 아니라 테러 활동이나 목적이 있었는지, 사전에 계획됐거나 외부의 지시를 받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UAE 지도부의 고위 인사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일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알함마미가 이슬람 급진화 과정을 거쳐 승객들을 태운 항공기를 추락시키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알함마미가 단독으로 행동했는지, 다른 인물과 함께 움직였는지도 조사하고 있다고 네타냐후 총리는 밝혔다.

항공보안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중대한 보안 실패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흉기가 기내로 반입된 것이 공항 검색 과정의 문제라면, 공격 의도를 가진 인물이 조종사로 채용돼 운항에 투입된 과정은 그보다 앞선 단계의 보안 문제라는 지적이다.

플라이두바이의 모든 조종사는 비행 전 보안검색을 받고 최소 연 1회 건강검진을 받는다고 이 회사 전 승무원과 자매 항공사 에미레이트의 현직 조종사가 WSJ에 설명했다. 플라이두바이는 부기장이 기장으로 승진할 때 자체 심리검사도 실시하지만 알함마미가 이와 비슷한 검사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UAE와 이스라엘은 모두 공항 보안 수준이 높은 국가로 평가받아 왔다. 특히 두바이를 오가는 이스라엘 항공사들은 같은 노선을 운항하는 외국 항공사보다 엄격한 보안 절차를 적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한 관리는 자국이 텔아비브행 항공편의 보안을 강화하라고 두바이 공항 측에 오래전부터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올해 이란과의 전쟁에 따른 위험과 보안 우려로 자국 항공사의 두바이 노선 운항을 수개월간 중단하기도 했다. 플라이두바이도 이번 공격 이후 두바이와 텔아비브를 오가는 항공편 운항을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중단했다.

이스라엘 감사원은 2024년 5월 비공개 보고서에서 해외 공항의 불충분한 보안 등 이스라엘을 오가는 항공편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테러로 최종 규정할지, 알함마미가 단독으로 행동했는지, 오만에서 포착된 위험 신호가 UAE나 플라이두바이에 전달됐는지는 현재 수사에서 규명돼야 할 핵심 사안으로 남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텔아비브=AP/뉴시스] 30일(현지 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이스라엘로 향하던 여객기에서 조종사 간 흉기 공격 사건을 겪은 승객들이 대체 항공편으로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플라이두바이 대체 항공기가 이날 텔아비브 벤구리온 공항에 도착한 모습. 2026.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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