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학 제주대 교수, 18세기 유럽 고지도 통해 명칭 생성 과정 규명
황주·해주 앞 글자 딴 ‘황해’가 유럽서 ‘황색의 바다’로 해석돼 확산
특히 ‘황해’의 ‘황(黃)’과 ‘해(海)’는 애초 바다의 색깔과 관계없이 조선시대 황해도의 중심 고을인 황주(黃州)와 해주(海州)에서 한 글자씩 따온 행정구역명이었는데, 이를 유럽에서 ‘황색의 바다’로 해석하면서 오늘날의 바다 이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오상학 제주대 교수(지리교육학)는 최근 한국고지도연구 제18권 제1호에 게재한 '황해 바다 지명의 기원과 변천' 논문을 통해 중국과 한국의 고문헌과 고지도, 17~20세기 유럽과 동아시아 지도 등을 분석해 황해 지명이 만들어지고 확산한 과정을 추적했다.
현재 한반도 서쪽 바다는 국제적으로 '황색 바다, 황해(Yellow Sea, Hwang Hai)'로 불리지만 중국과 한국에서 과거부터 '황해'라고 불렀던 것은 아니라는 게 연구의 핵심 부분이다.
중국에서는 지금의 황해를 오랫동안 '동해(東海)' 또는 '발해(渤海)'로 불렀고 한국에서는 삼국시대 이후 ‘서해(西海)’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삼국사기에는 문무왕이 병선 100척을 보내 ‘서해’를 지키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사에도 '서해 용왕'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조선시대에도 서해라는 명칭은 이어졌다.
서양 지도에서도 처음부터 '황색의 바다(Yellow Sea)'라고 부른 것은 아니다. 17세기 지도에는 한반도 서쪽 바다를 '난징만(ENSEADA DE NANQUIN)'이나 '창주만(CANG SINUS)' 등으로 표시했다. 1655년 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 마르티노 마르티니가 제작에 참여한 지도에는 황해도가 '항하이(Hanghai)'로 표시됐지만 이는 바다가 아닌 행정구역 이름이었다.
변화는 18세기 프랑스 지도학자 장 밥티스트 부르기뇽 당빌의 지도에서 나타났다.
당빌은 예수회 선교사들이 중국에서 측량해 만든 자료와 조선에 관한 정보를 토대로 동아시아 지도를 제작했으며, 1732년 만든 중국령 달단전도의 한반도 서쪽 바다에 처음으로 '호앙 하이 우 메르 존(HOANG HAI OU MER JAUNE)', 즉 '황해 또는 황색의 바다'라고 적었다.
오 교수는 이 이름이 만들어진 과정을 당시 조선 팔도의 정보를 유럽에 전달한 예수회 레지 신부의 기록에서 찾았다. 레지 신부는 조선의 행정구역인 황해도를 '호앙하이(Hoanghai)'라고 적고 한자의 뜻을 풀어 프랑스어 '메르 존(Mer Jaune)', 즉 '황색의 바다'로 번역했다. 당빌은 이 기록을 보고 황해도가 접한 서쪽 바다의 이름도 '호앙하이(Hoanghai)'일 것으로 판단해 지도에 바다 지명으로 넣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황해도라는 이름은 바다와 관계가 없었다. 황주와 해주의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든 행정구역명이었다. 결국 행정구역 이름의 한자를 글자 그대로 풀이한 번역이 유럽 지도 제작 과정에서 바다 이름으로 바뀐 셈이다.
당빌이 만든 이름은 이후 유럽의 지도 제작과 출판망을 타고 확산했다. 프랑스어 '메르 존(Mer Jaune)'은 영국에서 '옐로 시(Yellow Sea)', 독일에서는 '겔버 메어(Gelbe Meer)', 이탈리아에서는 '마르 잘로(Mar Giallo)' 등으로 번역됐으며, 19세기 영국이 동아시아 해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해도를 활발하게 제작하면서 황색 바다를 뜻하는 '옐로 시(Yellow Sea)'가 주류 표기로 자리 잡았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황해라는 이름은 이후 서양 지도가 동아시아로 들어오면서 다시 중국과 일본, 한국에 전해졌다.
중국에서는 18세기 후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조직성여지전도에 '황해(黃海)'가 등장했고 19세기 말 서양식 지도 제작법을 받아들인 지도에서 사용이 늘었다. 일본에서는 1852년 신정곤여략전도에서 황해 표기가 확인된 뒤 1875년 육군참모국이 제작한 지도 등으로 확산하면서 일반적인 해양 지명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 이보다 늦었다. 개화기 이후 서양식 지도 제작술을 받아들이면서 1907년 장지연의 대한신지지에 수록된 대한전도와 1908년 대한제국지도 등에 서쪽 바다가 '황해(黃海)'로 표시됐다.
황해는 이후 국제적인 공식 지명이 됐다. 국제수로기구(IHO)는 1928년 '해양과 바다의 경계' 초판에 '황색의 바다(Yellow Sea·Mer Jaune)'를 수록했고 1953년 제3판부터 현지어를 병기했다. 한국에서도 1961년 국무원 고시를 통해 황해를 표준 지명으로 정했으며 1965년 관계 부처 회의에서 공식 명칭임을 다시 확인했다.
오 교수는 1일 인터뷰에서 "황해라는 바다 이름의 직접적인 기원은 바다의 누런 색깔이 아니라 황해도라는 행정구역명에서 찾을 수 있다"며 "황주와 해주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황해'를 서양에서 '황색의 바다'로 해석하면서 이를 바다 지명으로 잘못 받아들였고, 이 명칭이 유럽 지도에 확산된 뒤 다시 동아시아에 수용되면서 오늘날의 바다 이름으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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