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아도, 나는 이렇게 봤다”…시각장애인이 미술관 도슨트로

기사등록 2026/09/30 09:56:33 최종수정 2026/09/30 10:30:41

국현 시각장애인 감상단 10명, 6개월간 전시 감상

감상 대상에서 작품 ‘해석의 주체’로

10월17·24일 덕수궁 이대원전 일일 도슨트

시각장애인 감상단 활동 모습.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그림을 ‘본다’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만을 뜻할까.

색과 형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도 소리를 듣고, 공간을 느끼고, 자신의 기억을 불러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에는 그렇게 그림을 감상해온 시각장애인들이 관람객 앞에 서서 자신이 ‘본’ 미술을 들려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시각장애인 감상 워크숍 ‘시선 너머의 예술’ 참여자들이 직접 전시 해설자로 나서는 ‘일일 도슨트’ 프로그램을 오는 10월17일과 24일 오후 5시 덕수궁에서 운영한다. 대상 전시는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다.

‘시선 너머의 예술’은 시각장애인이 미술관에서 지속적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자신의 해석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3월 시각장애인 감상단 10명과 감상지원 도슨트 10명을 모집했다. 4월 ‘소멸의 시학’을 시작으로 9월 ‘서도호’전까지 매월 한 차례씩 감상단과 도슨트가 1대1로 팀을 이뤄 서울관과 덕수궁의 주요 전시를 감상해왔다.

기존 시각장애인 접근성 프로그램이 음성해설과 점자·촉각자료 등을 통해 작품 정보를 시각 이외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시선 너머의 예술’은 질문과 대화를 통한 능동적인 감상에 초점을 맞춘다.

감상지원 도슨트가 작품의 형태와 색, 공간 등 시각정보와 작가에 대해 설명하면 시각장애인 감상단은 궁금한 점을 묻는다. 여기에 자신의 감각과 기억, 경험을 연결해 작품을 해석한다.

정보를 전달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작품을 스스로 해석하는 감상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감상단 활동 모습.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10월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그동안 축적한 감상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일일 도슨트’가 돼 관람객을 만난다. 시각장애인 일일 도슨트와 감상지원 도슨트가 한 팀을 이뤄 이대원의 작품을 소개하고, 감상 과정에서 떠올린 질문과 이미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한 자신만의 작품 해석을 관람객과 나눈다.

윤태욱 국립현대미술관장 직무대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시각장애인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서 나아가, 직접 작품을 해석하고 도슨트로서 자신의 관점을 다른 관람객과 나누는 새로운 시도”라며 “앞으로도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어 관점이 만나고 서로의 감상을 확장하는 ‘모두의 미술관’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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