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투자비 대고, 물량 보장"…삼성전기·LG이노텍, AI 서버 기판 증설 '새 공식'

기사등록 2026/09/29 14:43:30

삼성전기 세종 증설에 고객 자금 지원·중장기 물량 보장

LG이노텍도 투자 연계 협의…공급난에 생산능력 선점 경쟁



[서울=뉴시스]박나리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용 기판 공급난이 고객사와 부품업체의 거래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필요한 기판을 확보하려는 고객사들이 장기 구매를 약속하고 증설비 일부도 지원하며 생산능력 확대를 요청하고 있다.

고객은 공급 부족에 대비하고, 부품업체는 투자 이후 수요가 달라질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다.

◆증설비 보태고 물량 보장…고객과 투자 부담 나눠
2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전날 세종사업장의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생산시설 증설에 4조27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베트남 생산법인의 패키지기판 공장 증설 투자 2조5100억원까지 더하면 총 6조78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세종 투자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의 자금 지원과 중장기 물량 보장을 토대로 추진된다.

신규 라인은 2028년 9월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투자 결정부터 양산까지 약 2년이 걸리는 만큼, 삼성전기로서는 시장 상황이 달라질 가능성을 감수하고 선제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고객사가 투자비 일부를 부담하고 중장기 물량까지 보장하면 이런 선행 투자 부담과 수요 불확실성을 함께 낮출 수 있다.

LG이노텍 역시 고객의 투자 확약과 장기공급계약(LTA)을 바탕으로 추가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조지태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사업부장 전무는 지난 6월16일 미디어 테크데이에서 FC-BGA 수요 전망만 믿고 투자할 경우의 위험을 언급하며 "캐파 투자를 함께 확약하는 곳 위주로만 물량을 배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조 전무는 베트남 RF-SiP·FC-CSP 기판 공장 증설에 투자를 결정한 고객사가 있다고 밝혔다.

FC-BGA 확장 투자에 대해서도 글로벌 고객사 두 곳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LG이노텍 AI 가속기용 FC-BGA(우), PC용(좌) 크기 비교. (사진=LG이노텍 제공). 2026.09.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AI 칩 커질수록 기판도 대형화…고객사까지 캐파 확보 나서
고객사가 기판업체의 증설에 자금을 대고 장기 물량을 약속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늘어나는 AI 반도체용 기판 수요가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ABF 기판 시장의 공급 부족률이 2027년 약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ABF는 고성능 반도체용 FC-BGA 등에 쓰이는 절연 소재다.

AI 반도체는 출하량이 늘어나는 데 더해 칩 한 개에 필요한 기판 소재도 증가하고 있다.

첨단 AI 칩 한 개에는 일반 PC용 칩보다 약 10배 많은 기판 소재가 필요하며, 최근에는 기판 크기와 회로 층수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기판이 대형화·고다층화할수록 제조 난도가 높아지고 생산 부담도 커진다.

수요가 생산능력을 빠르게 따라붙으면서 고객사도 필요한 물량을 장기간 확보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기판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고객사 입장에서도 필요한 생산능력을 미리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기판업체 역시 고객이 투자와 물량을 함께 약속하면 수년 뒤 업황이 달라질 수 있는 증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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