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PBR 기업 겨냥 'K-베어허그' 속도…적대적 M&A·과도한 책임 우려도

기사등록 2026/09/29 07:00:00

M&A 정보 의무 공개…검토·공시 강화

"만년 저평가 기업, 리레이팅 촉매로"

'보나파이드 오퍼' 기준 미비 지적도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 개막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6.09.28. park769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지민 기자 = 상장사가 인수·합병(M&A) 제안을 받을 경우 일반주주에게 인수 조건과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한국형 베어허그(Bear Hug)' 제도 도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대주주와 이사회에 집중된 M&A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의 기업가치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도 도입으로 기업의 적대적 M&A 노출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인수 능력이 없는 제안이나 경영권 압박을 목적으로 한 제안을 걸러낼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개막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Korea Premium Weeks) 행사에서  자본시장 체질 개선의 일환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 대해 베어허그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변제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금융당국 정책 방향을 설명하는 기조연설에서 "만성적인 저PBR 기업에 대해 베어허그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이는 주주 충실 의무와 결합해 이사회로 하여금 지배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비우호적인 공개매수의 시장 압력이 기업 경영을 감시하게 될 것"이라며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유입을 차단하고 경영진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적극 나서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공개매수 의견 '즉시' 공시하도록…기업 가치 제고 압박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더불어민주당 코리아 프리미엄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특위 업무보고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2026.03.05. suncho21@newsis.com

베어허그는 본래 M&A 전략 중 하나로, 인수자가 인수 대상 기업에 사전 예고 없이 현재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을 공개적으로 제안해 경영진 및 이사회가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유도하는 전략을 뜻한다.

마치 곰이 사냥감을 강하게 껴안아 꼼짝 못하게 가두는 것처럼, 거절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해 경영진 및 이사회로 하여금 주주들의 수용 압박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베어허그 법안은 상장사가 인수 제안을 받으면 이사회가 숨기지 않고 즉시 시장에 공시하고, 공개매수에 대한 의견을 의무적으로 표명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이 비슷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로 베어허그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달 4일 발의된 상태다.

오 의원안은 주주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수 제안에 대해 이사회가 제안 접수 내용과 검토 계획을 즉시 주요사항보고서로 공시하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절차를 거친 판단 결과를 논의 경과, 사유를 포함해 상세히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의견을 내지 않으면 1억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되고, 주주충실 의무 위반으로 소송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제도가 도입되면 최대주주와 이사회에 집중되던 M&A 정보를 모든 주주가 투명하게 공유하게 된다. 특히,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내부자 거래도 사전 차단할 수 있다.

또 저평가 기업에 대한 인수 제안은 성사 여부와 관계 없이 리레이팅 촉매가 될 수 있다. 이사회의 인수 거절 명분이 사실상 '가격'뿐인 만큼, 인수 거절 의사를 밝히더라도 스스로 평가한 기업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인수 제안을 받아도 오너 혹은 이사회가 이를 은폐할 수 있었고, 인수 제안 가격을 오너만 알기 때문에 충분히 내부자 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있었다"며 "음지에서 방치된 관행들과 심각한 범법 행위 해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정성 있는 제안 가려낼 보완책 필요" 지적도

다만 업계에서는 인수 제안의 진정성을 검증할 법적 기준이 미비한 상황에서 이사회에 검토·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발의된 개정안에는 실제 인수 의사가 있는 진정성 있는 제안인 '보나파이드 오퍼(Bona Fide Offer)'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인수 자금 조달 계획이나 거래 이행 능력이 불분명한 제안까지 검토 대상에 포함될 경우, 기업의 행정적 부담이 커지고 단기간 주가 급등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국내 기업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제도 도입으로 적대적 M&A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에서는 진정성 있는 인수 제안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하고, 악의적인 제안에 대한 이사회의 면책 기준과 기업의 방어권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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