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호 전 대표,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 출발
공유오피스·생산자금·투자까지 생태계 확장
콘텐츠·커머스 결합 신진브랜드 성장축 마련
온라인 성장 브랜드, 백화점·핵심상권 역진출
IPO 추진 본격화…글로벌 K-패션 플랫폼 도약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최근 기업가치 10조원 안팎으로 평가받으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무신사의 성장 과정에 패션·유통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의 시작은 2001년 미술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19세 고등학생 조만호 전 대표가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무지하게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이름처럼 당시에는 스니커즈와 스트리트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작은 동호회에 가까웠다.
카메라를 들고 서울 명동과 동대문 등을 오가며 젊은이들의 패션을 촬영해 올리던 커뮤니티는 25년 후 패션 플랫폼 무신사로 거듭났다. 무신사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신진 브랜드를 소개하고, 이를 커머스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국내 패션 유통 구조에 변화를 만들고 있다.
특히 한국 패션 시장에서는 독립 브랜드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패션 유통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70.1%로 일본과 중국을 웃돈다.
2025년 국가별 패션 리테일 시장에서 인디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이 37%로 중국(23%), 일본(18%), 미국(14%)보다 높았다. 국내 패션 시장에서 대형 기업 브랜드뿐 아니라 독립 디자이너 브랜드와 스몰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로 무신사의 역할이 거론되는 이유다.
초기 무신사는 자금난과의 싸움이었다.
2001년 프리챌 커뮤니티로 시작한 무신사는 2003년 월 500원 수준의 서버 호스팅을 이용해 독립 웹사이트 무신사닷컴을 열었다. 이용자가 늘면서 트래픽과 서버 비용도 빠르게 증가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조 전 대표는 서버비를 마련하기 위해 소장하고 있던 한정판 신발을 중고로 판매하고,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등록금까지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점은 2005년 웹매거진 사업이었다.
당시 패션 시장은 대형 브랜드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영향력이 컸다. 별도의 마케팅 조직이나 대형 유통망을 갖추기 어려웠던 신진 디자이너와 동대문 기반 브랜드들에게 무신사 매거진은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됐다.
디아프바인, 라이풀, 크리틱 등 초기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무신사를 통해 이름을 알렸고, 이후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마뗑킴, 글로니 등 다양한 국내 브랜드들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무신사의 성장 과정에서 콘텐츠 사업은 중요한 자금원이 됐다.
2008년에는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광주 충장로점 개점을 위한 온라인 프로모션을 맡았다. 비행기 격납고와 건설 현장 등을 활용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브랜드의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했고, 이후 아디다스와 뉴발란스 등 글로벌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이어졌다.
콘텐츠 사업으로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2009년 커머스 기능을 도입했고 2012년에는 입점 브랜드의 상품을 판매하는 위탁 판매 구조로 사업을 전환했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소비자와 브랜드를 연결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별도의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을 갖추지 않은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무신사를 통해 매출을 키웠고, 플랫폼에서 팬덤을 확보한 브랜드들이 백화점과 주요 상권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었다.
온라인에서 먼저 성장한 브랜드가 오프라인 핵심 상권으로 역진출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기존 대기업 중심의 패션 유통 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무신사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에서 벗어나 입점 브랜드의 성장 기반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시작한 패션 특화 공유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다. 서울 도심에서 사무공간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 패션 사업자를 위해 사무공간과 함께 촬영 스튜디오, 작업실, 패킹존 등 패션 사업에 필요한 시설을 제공했다.
현재 무신사 스튜디오는 동대문 2개 지점을 비롯해 성수, 한남, 신당 등으로 운영 범위를 확대했다.
생산 단계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는 2015년부터 신진 브랜드를 대상으로 시즌 생산에 필요한 자금을 무이자로 선지원하는 제도를 이어오고 있다.
투자 분야에서는 2018년 설립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무신사 파트너스를 통해 패션 브랜드 발굴과 투자에 나섰다. 플랫폼 입점과 판매를 넘어 브랜드의 공간·생산·투자까지 지원하는 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무신사 자체 브랜드(PB)인 무신사 스탠다드도 플랫폼의 영향력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는 핵심 축이 됐다.
2017년 선보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기본에 충실한 디자인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이후 주요 쇼핑몰과 백화점 등으로 매장을 확대하면서 유니클로, 스파오, 에잇세컨즈 등 국내외 SPA 브랜드와 경쟁하는 토종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무신사 스탠다드가 올해 약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내년에는 1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신사의 다음 성장축은 글로벌이다.
2022년 본격화한 무신사 글로벌을 통해 일본과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K-패션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뿐 아니라 현지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고, 글로벌 물류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해외 사업을 넓히고 있다.
초저가 상품을 앞세운 중국계 C커머스와 명품 중심의 해외 패션 플랫폼 사이에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앞세워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신사는 이달 초 IPO 절차에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국내 패션 플랫폼 가운데 첫 상장을 추진하는 무신사의 기업가치는 8조~10조원까지 거론된다.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해외 물류망과 유통망 구축, 글로벌 마케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2001년 작은 스니커즈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무신사가 콘텐츠와 커머스, 투자와 오프라인 유통을 거쳐 글로벌 플랫폼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무신사의 다음 25년이 국내 패션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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