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지키던 '이 항체'…술 마시면 간 손상 유발

기사등록 2026/09/28 09:26:37 최종수정 2026/09/28 09:50:25

IgA와 간 면역세포가 염증 반응 증폭

알코올 관련 간질환 억제 치료법 개발

[서울=뉴시스] 알코올 노출에 따른 장·간 IgA 면역반응 변화.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면역글로불린 A(IgA)는 주로 장과 호흡기 등 외부 환경과 맞닿아 있는 점막에서 세균과 바이러스를 막는 역할을 하는 '방어 항체'다. 특히 장에서는 수많은 장내 미생물이 우리 몸 안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점막 면역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동안 알코올 연관 간질환 환자에게 혈중 IgA 수치가 높다는 것은 흔히 관찰되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왜 IgA가 증가하는지, 높아진 IgA 수치가 단순히 간질환의 결과인지, 아니면 간의 염증이나 손상에도 관여하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장에서 증가한 IgA가 과음시 간으로 이동해 면역세포와 상호작용을 통해 염증과 간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성필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탁권용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강사· 김민구 가톨릭대학교 의과학과 석사과정생)은 알코올 연관 간질환에서 증가한 IgA가 간으로 이동해 대식세포 등 면역세포와 결합해 강한 염증반응과 간세포 손상으로 이어지는 '장-간 IgA 면역축'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혈액과 간 조직 분석에 동물모델, 공간전사체 분석, 사람 면역세포 실험을 결합했다. 특히 이물질 제거와 조직 회복을 돕지만 과도하게 활성화될 경우에는 염증을 일으키는 단핵구와 대식세포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혈중 IgA 수치가 높을수록 간 조직에도 IgA가 많이 축적됐으며 간의 단핵구와 대식세포에 IgA가 결합한 모습이 확인됐다. IgA가 면역세포와 맞닿아 있는 양상은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인터루킨-1베타(IL-1β)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높아진 IgA가 단순히 질환에 따라 증가한 검사 수치가 아니라, 간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을 직접 유발하는 요인임을 제시했다.

실제 알코올을 투여한 동물모델에서도 혈중 IgA 증가, 간 대식세포의 IgA 결합, IL-1β 발현과 간손상이 동시에 나타났다. 면역세포의 이동을 조절하는 약물인 FTY720을 투여했을 때는 혈중 IgA와 함께 IgA가 결합한 간 대식세포가 줄어들었고, 염증반응과 간손상 역시 함께 감소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알코올 연관 간질환에서 단순한 혈액검사 이상으로 여겨졌던 IgA를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직접 관여할 가능성이 있는 면역인자로 새롭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기존의 '장-간 축' 연구가 장내 미생물이나 세균에서 유래한 물질에 주로 집중돼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우리 몸이 장에서 만들어내는 면역항체 자체가 간의 염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탁권용 임상강사는 "이번 연구는 장에서 증가한 IgA가 실제 간 조직으로 이어져 면역세포의 염증반응을 증폭시키고 간세포 손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연결고리를 사람과 실험모델에서 함께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 며  "향후에는 혈중 IgA가 어떤 환자에서 실제 간 내 염증을 잘 반영하는지 확인한다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성필수 교수는 "알코올 연관 간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간질환이지만, 질환을 직접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동안 주로 장내 미생물의 관점에서 바라봤던 장-간 연결고리를 'IgA라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몸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항체인 IgA 전체를 단순히 억제하는 것이 치료 목표가 될 수는 없다"며 "앞으로 IgA가 간의 특정 면역세포와 만나 염증을 증폭시키는 과정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해 정상적인 면역기능은 유지하면서 병적인 장-간 IgA 면역축만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전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추후 혈중 IgA와 간 내 IgA 면역반응을 알코올 연관 간질환의 새로운 바이오마커 후보로 검증하는 한편, IgA와 간 대식세포 사이의 상호작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치료전략을 규명할 계획이다.

연구 결과는 소화기·간질환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 '거트'(Gut)에 '알코올 연관 간질환에서 장-간 IgA 면역축 차단을 통한 대식세포 매개 염증 및 간손상 완화' 라는 제목으로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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