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대 '등록금 0원' 정책 내년 시행…흔들리는 전문대[초점]

기사등록 2026/09/28 14:59:39 최종수정 2026/09/28 15:35:48

"생존권 위협 따른 종합 보완대책 요구"

[수원=뉴시스] 한국전문대학 교무입학처장 집행부가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사진=경민대 제공) 2026. 09. 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준구 기자 = 정부가 내년부터 지방 국립대 신입생 6만명에게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정된 입학자원 속에서 직격탄을 맞게 된 전문대학교가 강력한 보완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4년제 사립대 총장들의 반발에 이어 2~3년제 전문대도 이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올해 기준 전문대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65만3100원(수도권 708만1900원, 비수도권 628만7800원)이다. 일반대학은 평균 727만3000원이었다.

그간 전문대는 일반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취업할 수 있는 실무교육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로 전체 입학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지방 국립대 4년 등록금 부담 0원'이라는 정책이 등장함에 따라 입시 현장의 판도가 급변하게 됐다. 학부모와 수험생 입장에서 등록금 부담이 없는 4년제 국립대와 등록금을 내야 하는 전문대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정책의 수혜 대상인 6만명의 이동은 결국 "지방 국립대←지방 사립대←전문대학'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도미노 현상을 불러일으킬 우려를 낳는다.

전문대는 단순히 '일반대학의 하위 단계'가 아니라, 국가 산업현장에 필요한 기술인재를 공급하는 핵심 고등직업교육기관이다. 지방 국립대 중심의 등록금 무상이라는 파격적인 지원 속에서 전문대에 대한 균형 있는 지원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지역 산업인력 공급망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지연 경민대학교 총장(경기도 전문대학총장협의회장)은 이번 정책이 고등교육 생태계를 파괴하고, 대학 간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홍 총장은 "지금 일선 입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우려를 넘어 공포 수준이다. 학령인구 절벽으로 가뜩이나 생존을 걱정하는 전문대학들에 '지방 국립대 등록금 0원'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이 던져진 셈"이라며 "국가가 한쪽 대학만 전액 지원하고 직업교육의 축인 전문대를 방치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산업계와 청년들의 진로 선택권 파괴로 돌아갈 것"이라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이에 따라 전문대 구성원들과 입학처장들은 잇따라 회의를 열고, 대학 간 '제로섬 게임'을 멈추는 동시에 고등직업교육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종합 보완대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전문대 입시에 미치는 파급효과 정밀 진단 ▲전문대 학생 대상 국가장학금 및 직업교육 전용 장학금 확충 ▲첨단 산업(반도체·AI·로봇·바이오·간호 등) 대비 실험·실습비 및 교육시설 투자 강화 ▲취업률·유지취업률·산업체 취업성과를 반영한 실질적 재정지원 확대와 직업교육 지원 ▲지역인재 취업보장형 교육 모델 확충 등 지역 연계 강화 ▲평생직업교육 기능에 대한 국가적 책임 및 재정 강화 등 평생직업교육 지원 ▲대학별 정원 및 재정지원 정책을 학령인구 감소 추세에 맞춘 구조조정 등 7개 항이다.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인재 육성, 또한 지원율 감소와 우수 인재 유출을 겪고 있는 지방 국립대 지원 정책의 취지는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 강력한 지원 정책이 또 다른 교육 현장의 희생을 담보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다.

전문대를 살리는 일은 단순히 특정 학교들을 구제하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기술인재를 지키고 청년들의 다양한 진로 선택권을 보장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와 국회는 국립대 지원과 함께 균형 있는 고등교육 개혁안 마련을 위해 현장 전문가들의 쓴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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