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보다 현실 수요가 앞서 움직이는 세종 주택시장
집주인 매매 포기, 전세 전환… 이전기관 수요 선점 전략
[세종=뉴시스]송승화 기자 =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세종 이전이 내년 상반기부터 시작되면서 세종 주택시장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시장의 기대감은 확연히 커졌지만 정작 아파트 매매가격은 아직 하락세다. 반면 전셋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보다 '실제 거주 수요'가 먼저 움직이는 모습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시작으로 중앙행정기관을 세종으로 순차 이전할 계획이다. 경찰청 등도 청사 확보 이후 이전이 추진된다. 가족 동반 이주까지 감안하면 최대 1만~2만명의 인구 유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심리지표는 이미 반응했다. 국토연구원의 8월 부동산시장 소비자심리조사에서 세종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2.9로 전달보다 11.4포인트 뛰었다. 전세시장 소비심리지수도 119.2로 7.5포인트 상승했다. 정부기관 이전 기대가 매매와 전세시장 모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실제 가격은 심리와 다른 방향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14일 기준 세종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13% 하락했다. 올해 누계로도 -0.88%다. 반면 전세가격은 같은 기간 0.08% 상승했고 올해 누계 상승률은 4.14%에 달했다. 매매는 약세인데 전세는 강한 '엇갈린 시장'이 나타난 것이다.
현장에서는 집주인들의 셈법도 달라지고 있다. 세종지역 한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집주인들 가운데 매매로 내놓았던 물건을 전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있다"며 "당장 가격을 크게 올리기보다는 향후 이전기관 직원들의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임대시장에 맞춰 대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단순한 매도 포기인지, 전세 수요를 겨냥한 전략적 전환인지 주목하고 있다. 매수자 역시 정부기관 이전이라는 호재를 확인하면서도 실제 이전 시점과 공급 대책을 지켜보며 관망하는 모습이다.
특히 주택 공급은 이번 시장 변화의 핵심 변수다.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재도입 논의까지 나오면서 수요와 공급을 둘러싼 정책 변수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과거 특별공급이 시세차익과 전매 논란으로 폐지됐던 만큼 재도입된다면 대상과 물량, 전매 제한 등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지금 세종 주택시장의 모습은 과거와 다르다. 호재 발표 직후 매매가격이 뛰는 대신 심리지수가 먼저 움직이고, 전세가격이 뒤따르고 있다. 집주인은 매매 물건을 전세로 돌리고, 세입자는 이전기관 입주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식이다.
결국 관건은 '정부기관이 내려온다'는 기대가 아니다. 실제로 몇 명이 세종에 정착하고 그 수요를 받아낼 주택이 얼마나 공급되느냐가 시장의 방향을 가를 전망이다. 기대감만으로 움직이기에는 매매가격이 아직 차갑고 전세시장은 이미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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