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몰라"…귀성길 기차표 막막한 '디지털 취약 노인'

기사등록 2026/09/24 07:00:00

교통약자 기차표 사전예매율 43%…절반↑미판매

"인터넷 할 줄 몰라"…창구·자녀 의존하는 고령층

디지털 취약 고령층 예매 접근성 '사각지대' 우려

[서울=뉴시스] 지난 15일 오후 서울역 교통약자 우선창구에서 노인들이 승차권 발권을 기다리고 있다. 2026.09.2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이지우 인턴기자 = "나는 인터넷을 할 줄 몰라요. 이것(키오스크)도 쓸 줄 몰라서 항상 직원한테 표를 끊어요."

지난 15일 오후 서울역 교통약자 우선창구에서 만난 박모(69·여)씨는 키오스크 사용법을 모르겠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급히 울산으로 내려가야 했던 박씨는 일부 구간을 입석으로 이용하는 열차표를 끊었다.

3개월에 한 번씩 울산과 서울을 오가는 이성우(88·남)씨는 승차권 예매를 자녀에게 의존하고 있다. 평소에는 딸이 표를 끊어주지만 이날은 딸이 바빠 아들이 대신 예매했다.

명절마다 고령층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일반 예매에 앞선 사전예매가 운영되고 있지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이용이 어려운 일부 고령층은 여전히 창구나 가족의 도움에 기대고 있다.

올해 추석 교통약자 사전예매로 공급된 좌석 가운데 절반 이상도 사전예매 기간 판매되지 않았다. 박씨와 이씨 모두 명절 교통약자 사전예매와 전화예매, 고령층 대상 승차권 예매 교육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 활용이 어렵거나 관련 제도를 알지 못하는 고령층까지 이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사전예매 제도 있어도…디지털 취약 고령층은 '사각지대'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귀성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2026.09.24. jhope@newsis.com

교통약자 사전예매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임산부 등이 일반 승객보다 먼저 명절 승차권을 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다.

24일 코레일에 따르면 올해 추석 교통약자 사전예매로 공급된 좌석 42만3000석 가운데 18만3000석이 판매됐다. 예매율은 43.2%로, 약 24만석이 사전예매 기간 팔리지 않았다.

미판매 좌석이 모두 디지털 접근성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장에서는 교통약자 사전예매나 전화예매 제도를 알지 못하거나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워 자녀나 창구 직원의 도움에 의존하는 고령층이 적지 않았다.

김정근 강남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최근 고령층에 진입한 65세부터 70세 전까지는 디지털 기기를 상당히 잘 활용하는 편인데, 80대 이상은 디지털 문해력뿐 아니라 글 자체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화예매 등 대체 수단이 마련돼 있더라도 이용자가 이를 알지 못하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책은 대상자가 잘 인지하고 신청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인터넷이나 앱뿐 아니라 전화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동시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라도 현장용으로"…코레일 "형평성 고려"
[서울=뉴시스] 김혜진 기자 = 추석 명절 연휴를 앞둔 22일 서울역에 내린 역귀성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09.24. jini@newsis.com

온라인이나 전화예매가 어려운 교통약자를 위해 일부 좌석을 현장 구매용으로 남겨두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 교수는 "모든 방식이 디지털화되더라도 현장에서 표를 살 수 있는 방법은 남아 있어야 한다"며 "현장용 좌석 등 여러 가지 예매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추석처럼 수요가 몰리는 명절 기간만이라도 미판매된 교통약자 사전예매 좌석 일부를 출발 1시간 전까지 남겨두고, 이후에는 일반 이용객에게 판매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코레일은 한정된 좌석을 놓고 전체 이용객 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현장용 좌석을 별도로 둘 경우 밤샘 줄서기 등 불편과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코레일은 온라인 예매가 어려운 고령층을 위해서는 전화예매를 운영하고 있으며, 명절마다 사전 안내 문자를 발송하는 등 제도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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