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1200억弗로 美원전 8기 짓는다…APR1400 첫 미국 진출

기사등록 2026/10/01 06:04:40

텍사스 AI 발전소에 223억弗…한미 전략투자 1호 확정

AP1000 6기·APR1400 2기 건설 원전 프레임워크 합의

연말 장주기 기자재에 연말까지 최대 100억弗 선지급

원리금 회수 전 수익 5대5…알래스카 LNG는 사업성 검토 착수

[서울=뉴시스] 미국 와이오밍주에 구축 중인 테라파워 소형모듈원전(SMR)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2026.08.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임소현 기자 =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의 윤곽이 공개됐다.

제1호 투자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 스타', 미국 원전 8기 원전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워',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인 '프로젝트 노스' 등 3건이다.

특히 한국과 미국은 최대 1200억 달러 규모의 전략투자 기금을 활용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협력의 틀을 마련했다. 이 가운데 한국형 원전 APR1400 2기가 포함되면서 그동안 막혀있던 미국 시장 진출길이 열렸다.

한미 전략투자 제1호 사업으로는 총사업비 223억 달러 규모의 미국 텍사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확정됐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는 즉각적인 투자 대신 경제성과 사업성을 따지는 검토 단계에 들어간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1일 한미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MOU)에 따라 이같은 내용의 전략투자 프로젝트 3건의 추진계획을 공동 발표했다. 미국 측 발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 7월 한미 무역합의와 같은 해 11월 체결된 전략적 투자 MOU의 후속 조치다. 한미 전략투자법을 비롯한 관련 절차를 거쳐 에너지 등 전략산업의 공급망을 강화하고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을 확대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다만 세 사업의 추진 단계는 다르다. 엔시날 발전소는 제1호 전략투자 사업으로 공식 추진되지만, 원전은 8기 건설을 위한 협력의 틀을 큰 틀에서 합의한 것으로 개별 사업의 최종 투자 결정은 남아있다. 알래스카 LNG는 실제 투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한다.

◆전략투자 1호 '프로젝트 스타' 확정…223억弗 텍사스 발전소

한미는 미국 텍사스주 엔시날 지역에 총사업비 223억 달러를 투입해 발전용량 6472㎿ 규모의 가스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프로젝트 스타를 제1호 전략투자 사업으로 추진한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인근 AI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하는 구조다. 오는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전체 설비를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사업은 세계 9위 부동산개발업체인 리레이티드 컴퍼니즈와 미국 최대 발전운영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가 주도한다. 텍사스주 5위 천연가스 공급업체인 루이스 에너지 그룹은 부지와 천연가스, 용수 등 관련 기반시설을 제공할 예정이다.

정부는 사업에 역량과 경험을 갖춘 기업들이 참여하는 데다 텍사스 지역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전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 예상 전력가격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업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사업관리위원회와 운영위원회의 심의·의결, 국회 보고 등 법정 국내 절차도 마쳤다. 프로젝트 스타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한미 전략투자 제1호 사업으로 공식 추진된다.

양국은 발전 기자재, 설계·시공, 장기 운영·정비 등 사업 전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 측은 터빈을 비롯한 한국산 기자재가 향후 미국 내 다른 유사 프로젝트에도 공급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할 의향을 밝혔다.

한미는 이를 통해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급증하는 미국 내 전력 수요에 공동 대응하고 AI와 에너지 기반시설을 결합한 경제안보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울산=뉴시스] 지난해 12월 상업운전 개시한 괌 우쿠두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전경. (사진=한국동서발전 제공) 2026.05.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웨스팅하우스·韓기업, 50년 만에 美원전 공동 건설…‘프로젝트 파워’

양국은 한미 전략투자 기금 1200억 달러를 활용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도 합의했다. 프레임워크에는 한미 양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이 함께 서명할 예정이다.

건설 대상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6기와 한국형 원전인 APR1400 2기다. 우선 AP1000 2기를 건설한 뒤 APR1400과 AP1000 각 2기, 다시 AP1000 2기를 순차적으로 짓는 방안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단계의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시차를 6개월 이내로 줄이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APR1400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체결한 지식재산권 분쟁 타협협정으로 미국 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미국 에너지부와 주정부, 의회, 원전업계 등을 상대로 협의를 벌여 APR1400의 미국 진출을 원전 프레임워크에 포함했다.

계획대로 건설되면 APR1400은 미국에 처음 지어지는 해외 원전 노형이 된다. 정부는 미국 진출 실적이 제3국 시장에서 APR1400의 신뢰도와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P1000 건설에도 국내 시공사와 기자재 업체들이 참여한다. 한국 최초 원전인 고리 원전이 1978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로 건설된 지 약 50년 만에 한국 기업이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미국 원전 건설에 참여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이 AP1000 건설을 주도해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향후 유럽 등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공급망에서도 한국 기업의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 8기 건설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건설비 1000억 달러와 예비비 200억 달러를 합친 최대 1200억 달러다. 원전 2기당 건설비 250억 달러와 예비비 50억 달러 등 최대 300억 달러가 배정된다.

사용하지 않은 예비비도 총 2000억 달러인 한미 전략투자 한도에는 포함된다. 다만 원전 2기당 사업비가 300억 달러를 넘더라도 초과 비용을 한미 전략투자 기금에서 추가로 부담하지는 않는다.

양국은 원자로 용기와 증기발생기, 원자로 냉각재 펌프 등 제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장주기 품목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연말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먼저 지급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선지급은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보고 등 국내법상 요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부는 장주기 품목을 미리 확보하면 원전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동시에 국내 기자재의 활용 기회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양국 정부와 기업은 미국 내 원전 건설뿐 아니라 AP1000 사업에서 발생하는 상업적 이익을 공유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지분율과 투자 조건 등은 향후 기업 간 협상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번 원전 프레임워크는 한미 원전 협력의 큰 틀을 정한 것으로, 개별 원전 사업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양국은 앞으로 부지와 사업구조, 건설 일정 등을 구체화하고 사업별 상업적 합리성 검토와 국회 절차 등을 거쳐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미투자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2026.09.22. jhope@newsis.com

◆한국에 우선 접근권 주는 '노스 프로젝트' 알래스카 LNG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로 운송할 대규모 가스관과 해외 수출용 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프로젝트 노스는 사업성 검토에 착수한다.

양국은 한미 전략투자 MOU에서 정한 상업적 합리성 요건과 국내법상 조건을 충족하는지를 살핀 뒤 실제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검토 결과에 따라 사업이 추진되면 미국은 한국 기자재와 공급업체에 우호적인 참여 여건을 조성한다. 한국산 철강 등 사업에 필요한 기자재에는 관세 인하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다.

경제성 있는 조건의 장기 LNG 구매계약도 보장하고 알래스카 LNG에 대한 한국의 우선 접근권을 인정한다. 정부는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LNG 도입선을 다변화해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리금 회수 전 5대5 배분…정보·동의권도 확보

한미는 전략투자 사업에 적용할 공통 투자구조와 투자자 보호 장치도 구체화했다. 모든 사업은 하나의 우산형 투자목적회사인 I-SPV와 복수의 사업별 투자목적회사인 P-SPV를 통해 추진한다.

I-SPV가 모든 사업의 자금 조달과 수익 배분을 통합 관리하고, 개별 사업은 I-SPV가 지분 100%를 보유한 P-SPV가 관리·수행한다.

우산형 투자구조를 바탕으로 개별 사업의 손실 위험을 다른 사업의 수익으로 보완하는 리스크 풀링 장치도 적용한다. 한국이 전체 사업 투자금의 원리금을 모두 회수할 때까지 모든 개별 사업의 한미 간 수익 배분 비율을 5대5로 유지하고, 한국 10%, 미국 90%로의 전환은 보류한다.

일부 사업의 수익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다른 사업의 5대5 수익 배분 기간이 연장되는 구조다. 특정 사업의 부진을 전체 사업 수익으로 보완해 한국의 투자 원리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국 측 투자 원리금 산정에 적용할 간주이자율은 미국 국채 20년물 금리에 사업별로 한미가 합의하는 가산금리를 더해 정한다.

연간 200억 달러, 총 2000억 달러인 한국의 투자 한도도 법적 구속력이 있는 SPV 운영계약에 명시한다. 사업성이 훼손됐다고 판단되면 정부 간 회의를 통해 사업계획과 사업예산, 양국 간 수익 배분 비율 조정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측이 미국에 납부하는 소득 관련 세금은 한국의 배분금에 가산하는 '그로스업' 방식도 적용한다. 세금을 낸 뒤에도 한미 간에 합의한 수익 배분 비율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한국 측의 정보권과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도 확보했다.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 등에 대한 정기·수시 보고를 받고 자금 사용처 등 주요 자료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의무를 운영계약에 담는다.

사업 범위의 중대한 변경과 한국 측에 불리한 조직문서 변경, 지분 발행·양도 등 투자 이해관계와 관련된 중요 사안에는 한국 측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한미는 이 같은 투자구조와 보호장치를 실제 SPV 운영계약에 반영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번 발표는 단순히 한미 관세합의를 이행하는 것을 넘어 AI·원전·LNG 등 미래 산업과 경제안보에 직결된 전략 분야에서 양국의 강점을 결합해 함께 사업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협력의 지평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국익을 최우선으로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사업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켜 나갈 것"이라며 "한미 전략투자가 우리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2026.09.22. jhop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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