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유통 플랫폼서 백신 못구해
이른 독감에 국가예방접종 차질 우려
예년보다 한 달 가량 일찍 찾아온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에 일선 병·의원에서 독감백신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1일부터 시작되는 국가예방접종(NIP)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독감은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력을 높여야 방어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백신 부족으로 접종을 못하게 되면 그만큼 유행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추석 연휴 기간 가족 모임과 이동이 늘어나면 사람 간 접촉이 많아져 독감이 전파될 가능성도 더 커질 수 있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인플루엔자가 이례적으로 늦여름인 8월말부터 유행하고 있다. 질병청은 이에 지난 11일 0시를 기해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의심환자) 표본감시 결과 올해 37주차(9월6일~12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38도 이상의 열과 함께 기침 또는 인후통 증상을 보이는 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31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7~12세 의사환자 분율은 75.1명에 달하는 등 소아청소년 연령대에서 유행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는 이번 절기 유행기준(12.9명)을 2배 넘게 초과한 수치다. 전년 같은기간(6.7명) 대비로도 높은 수준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독감유행이 있었던 2023~2024절기(13.1명)과 비교해도 2배를 넘는다.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호흡기 환자 중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검출률도 24.6%로 나타났다. 33주 5.4%에서 34주 10%, 35주 12.3%, 36주 16.3% 등으로 계속 증가세다. 최근 검출되는 바이러스는 주로 A(H1N1)pdm09이다.
이례적으로 독감 유행에 빨리 찾아오자 질병관리청은 어린이와 고령층의 국가예방접종 일정을 앞당겼다. 생후 6개월~14세 중 1회 접종이 필요한 어린이의 국가예방접종 시작일을 28일에서 21일로 앞당기고, 고령층 접종도 연령별로 3~6일 앞당겼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선 조정된 일정 탓에 백신을 구하기가 더 힘들어 졌다는 볼 멘 목소리가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에 따르면 수입 백신의 국가출하승인은 지난 8~10일 이뤄졌는데 이 백신이 각 의료기관에 배송하는데 까지 통상 1주일 이상 걸린다. 여기에 추석 연휴까지 겹치면서 일정이 더 늦어질 수 있어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의료 현장에서는 한쪽에서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동안 다른 쪽에는 재고가 쌓이는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의 경우 수입 백신의 국가출하승인이 이달 8~10일에 이뤄졌고 배송에 통상 1주일 이상 걸리며 이번에는 추석 연휴(9월 24~26일)까지 겹쳐서 백신 공급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블루엠텍이 운영 중인 병·의원 대상 전문의약품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현재 독감 백신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플랫폼은 오는 28일부터 출고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국가예방접종(NIP)이 시작되는 21일보다 일주일이나 늦는다. 블루팜코리아는 전국 의원급 요양기관 3만7000여 곳 가운데 2만5000여 곳이 가입해 있는 플랫폼이다.
수입물량 감소와, 세계보건기구(WHO)의 독감백신 균주 변경 문제도 거론된다. 질병청에 따르면 2026~2027절기 국내 독감 백신 생산·수입 물량은 전년보다 약 400만도즈 감소했다. WHO가 권고한 A형 H1N1·H3N2와 B형 빅토리아 계통 백신주가 모두 변경되면서 새 균주의 배양·생산공정 최적화 과정에서 생산 수율이 떨어진 탓이다.
여기에 국가예방접종 사업에 참여한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 아벤트스코리아가 계약한 공급 물량 가운데 50만 도즈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수급 차질이 현실화 됐다.
이와 관련 질병관리청은 2026~2027절기 국가예방접종을 위해 약 1233만 도즈의 백신을 확보했고, 국가예방접종 일정에 맞춰 차질없이 공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국가예방접종 백신 적기 공급을 위해 조달 물량을 녹십자로 대체해 사노피가 생산해 국내에 공급하는 총 물량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웃돈을 줘도 백신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15세 이상 청소년과 성인의 경우 백신을 구하는 게 사실상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정부가 접종비용을 지원하지 않는 대상자는 민간 의료기관이 직접 제조사나 수입사, 유통업체 등으로부터 백신을 확보해 유로로 접종을 하고 있다. 제약사나 의약품 유통업체에서 공급을 줄이면, 일선 병원에선 구하기 힘들게 되는 구조다.
한 개원가 의사는 "지난해까지 개원가에 공급되는 독감백신 가격이 도즈당 1만원대에 형성돼 있었는데,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자 공급사들이 가격을 1만3000~1만5000원으로 올렸는데도 그마저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라며 "이른 독감 유행에 백신을 구하지 못해 다급해진 의원들이 웃돈을 주고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불균형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예방접종 백신 물량을 먼저 채우고 남는 것을 민간 물량으로 하도록 정부가 조정을 했기 때문에 민간 물량은 현재로서는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아 NIP 독감백신도 병·의원별, 지역별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의원급 소아청소년과는 소아 NIP 백신을 민간개별구매방식으로 개별적으로 구매한 후 추후 상환받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한 의원급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의약품 유통 업체에 백신 물량이 없다보니 요청했던 물량보다 적게 배분을 받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역이나 의원별로 소아 백신을 전혀 배정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백신 공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탁의료기관 간 백신 이전을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용재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 회장은 "백신 접종 기간 한 병원에서 추가 주문이 막혀 예약을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데 다른 의료기관에서는 쓰이지 않은 재고가 남아 있는 상황이 일어나는 사례가 많았다"며 "이는 물량 부족이 아니라 배분과 공급 경로의 문제로 독감 백신 부족 해결을 위해서는 위탁의료기관 간 백신 이전 허용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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