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깨거나 일찍 깨는 것도 불면증
주 3일·3개월 이상 지속, 만성 불면증
1차는 인지행동치료…디지털 치료도
낮에는 몰려오는 피로감에 운전대를 잡기도 버거울 지경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밤잠이 줄어드는 것이라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은 병원에서 김씨는 생각지도 못한 '불면증' 진단을 받았다.
1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불면증·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24년 기준 약 89만명으로, 최근 5년 새 32% 늘었다.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5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시간 27분)보다 약 18% 짧다. 예전에는 중장년층에서 주로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패턴 탓에 젊은 층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문제는 불면증이라고 하면 흔히 잠들기까지 오래 걸리는 경우만 떠올리기 쉽다는 점이다. 하지만 불면증의 얼굴은 한 가지가 아니다. 잠자리에 누워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입면장애뿐 아니라 자다가 자꾸 깨서 다시 잠들기 어려운 수면유지장애, 원하는 기상 시간보다 훨씬 일찍 눈이 떠져 다시 잠들지 못하는 조기각성까지 모두 불면증에 해당한다.
김씨처럼 잠드는 데는 별문제가 없어 스스로 불면증과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다가 깨거나 너무 일찍 깨는 탓에 다음 날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로 일상에 지장이 생긴다면,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불면증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일주일에 3일 이상, 3개월 넘게 이어진다면 만성 불면증으로 본다. 며칠 잠을 설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기간이 길어지고 낮 시간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단순 피로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불면증을 장기간 방치하면 우울감과 집중력 저하로 이어져 일상과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불면이 반복된다면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먼저라고 말한다.
미국수면학회를 비롯한 국내외 진료지침은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로 CBT-I를 권고하고 있다. 수면 기록을 바탕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을 실제 수면 시간에 맞춰 조정해 잠들 수 있는 상태를 회복시키고, '못 자면 큰일'이라는 걱정이 다시 잠을 방해하는 악순환을 함께 끊는다. 통상 6~8주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다만 환자 입장에서는 이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다. 정해진 일정에 맞춰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야 하고, 시간과 비용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시간과 비용 부담을 줄이려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스마트폰 앱으로 구현한 디지털치료기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슬립큐(SleepQ)는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으며 의료진의 처방을 받아 6주간 수면제한, 자극조절, 인지재구성, 수면위생교육, 이완요법 등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원리를 따른다.
이 같은 디지털치료기기는 반복 내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치료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또, 디지털치료기기는 처방 의약품이나 다른 치료와 마찬가지로 가입한 실손보험 상품의 보장 범위에 따라 청구할 수 있어 비용 부담도 낮출 수 있다.
양광익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신경과 교수)는 "불면이 반복된다면 수면제에만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수면 습관을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전문의와 상담해 원인에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좋다"며 "잠드는 데 문제가 없더라도 자다 깨거나 지나치게 일찍 깨는 날이 이어진다면, 나이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몸이 보내는 신호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