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약 2000명 남아…어린이도 약 50명
차량 대피 막히자 일부 주민 5~6시간 걸어 탈출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는 17일(현지시간) 주민과 우크라이나 당국자, 구호 자원봉사자들을 인용해 헤르손주 올레시키의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과 포격으로 식량·의약품 운송과 차량을 이용한 주민 대피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신변 안전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올레시키 주민은 이 매체에 “빵 배달이 갑자기 끊겼다”며 “꿀을 넣은 차를 마신다.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이 주민은 사람들이 절망에 빠져 지뢰가 깔린 도로를 걸어 탈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레시키는 드니프로강 동쪽 강변에 있는 러시아 점령 도시다. 강 건너에는 우크라이나군이 2022년 11월 탈환한 헤르손시가 있다. 러시아군이 주둔한 올레시키에서는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양측의 공격 속에 민간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도시 밖으로 피신한 테티아나 하사넨코 우크라이나 측 올레시키 군정 수장은 전쟁 전 약 2만4000명이던 시내 인구 가운데 약 2000명이 남아 있으며, 이 중 어린이가 약 50명이라고 설명했다.
하사넨코 수장에 따르면 올레시키에 식량이 마지막으로 반입된 것은 지난 5월 말이다. 이후에도 두 차례 공급을 시도했지만, 6월 2일에는 러시아군 드론이 식량 운반 차량들을 공격해 운전사 2명이 숨지고 다른 이들이 다쳤다. 지난 1일에도 차량 5대가 러시아군 드론 공격을 받아 식량 반입이 무산됐다고 하사넨코 수장은 전했다.
하사넨코 수장은 시내에 고기와 밀가루, 식용유, 버터, 빵 등 기본 식료품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서로 먹을 것을 바꾸려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지만, 앞서 인터뷰한 주민은 살 수 있는 물건은 물론 물물교환할 여지도 없다고 호소했다.
의료 서비스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다. 하사넨코 수장은 지역 병원에서 과거 근무했던 고령 의사 4명이 여전히 일하고 있지만, 기본 의료물자와 전기·수돗물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의약품이 없어 출혈을 멎게 하는 정도의 처치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차량으로 빠져나갈 길이 막히자 최근 몇 주 사이 일부 주민은 혼자 또는 두 명씩 이웃 마을 라덴스크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점령지 주민의 대피를 돕는 비정부기구(NGO) ‘휴머니티’의 스테판 보론초프 자원봉사 조정관은 러시아군 공습 위협 속에 5~6시간을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론초프 조정관은 “4~5개월 전에는 차로 떠날 수 있었다. 지금은 걷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라덴스크에 도착하면 자원봉사자들이 차로 데려가 이후 이동을 돕고 있으며, 최근에도 한 가족이 이런 도움을 받아 떠났다고 전했다.
도시를 벗어나도 그대로 떠날 수 없는 주민들이 있다. 익명의 주민은 집에 자녀나 손주,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남아 있어 식료품 등 물자를 구한 뒤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식량난은 올레시키 주변으로도 번지고 있다. 보론초프 조정관은 인근 홀라프리스탄과 라덴스크 등에서도 주민들이 굶주리고 있으며, 라덴스크 일대 역시 지뢰와 드론 탓에 차량 접근이 불가능한 곳이 있거나 이동에 큰 위험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하사넨코 수장은 주민들이 정기적인 식량 공급과 의약품, 전기, 믿고 이용할 교통수단 없이 겨울을 어떻게 버틸지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름이 지나도록 인도적 대피 계획이 실행되지 않아 불안과 절망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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