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제한된 수출, 베트남·태국에 집중…7월 초 다시 확대
전직 美당국자들, 대만 침공 억제할 석유 차단 위협 약화 가능성 제기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석유 비축과 정제설비 확충, 전기차·대체 에너지 투자로 원유 공급 차질에 대응할 능력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원유 구매량과 석유제품 수출을 조절하며 국제 유가와 다른 나라의 연료 공급에 미치는 영향력도 높였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연료 공급이 특히 부족했던 올해 봄 중국이 제한적으로 수출한 석유제품은 주로 베트남과 태국 등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나라로 향했다.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어온 호주와 필리핀 등은 공급 축소의 영향을 받았다.
중국은 7월 초 항공유·휘발유·경유 수출을 다시 확대했다. NYT는 전쟁 초기 수출 제한이 국내 물량을 확보하는 동시에 중국의 외교 노선과 충돌하는 나라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영향력은 원유를 사들이는 규모를 조절하는 데서도 드러났다. NYT가 인용한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원유 수입은 이란전쟁 발발 후 첫 6개월 동안 전년 동기보다 23% 줄었다. 중국은 비축유를 꺼내 쓰고 전기차·대체 에너지를 활용해 원유 수입 감소에 대응할 수 있었다. 반면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다른 나라들은 이런 대응 수단이 부족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거나 훨씬 비싼 값을 치러야 했다.
골드만삭스의 다안 스트루이벤 석유 연구 책임자는 중국이 전쟁 전만큼 원유를 계속 샀다면 8월 말 유가는 실제보다 배럴당 약 10달러 더 높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제한해 원유 공급이 줄었지만, 중국도 원유를 덜 사들이면서 유가가 그만큼 덜 올랐다는 뜻이다.
원유 수입이 줄어든 데는 비축 방식의 변화와 정유공장 가동 축소가 함께 작용했다. 중국은 비축유를 더 쌓는 대신 일부를 꺼내 쓰기 시작했고, 정유업체들은 원유를 휘발유·경유 등으로 가공하는 물량을 크게 줄였다. 8월 원유 수입은 전월보다 6% 늘었지만 전쟁 전 수준에는 크게 못 미쳤다.
NYT는 전기차·고속철도 보급과 석유 대신 석탄으로 화학제품을 만드는 산업 구조도 중국의 대응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운행 중인 승용차의 약 14%는 전기차다.
NYT가 인용한 국제에너지기구(IEA) 추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의 전기차 보급으로 줄어든 석유 수요는 하루 150만 배럴에 달했다. 승용차·트럭·버스가 모두 휘발유나 경유를 썼을 경우와 비교한 수치로, 전 세계 석유 수요의 1%를 넘는 규모다.
다만 중국이 비축유 사용과 소비 절감 등을 각각 얼마나 활용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중국 정부가 관련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아 원유 수입 감소의 원인별 기여도를 놓고 업계의 해석도 엇갈리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에리카 다운스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석유시장 통제권을 완전히 가져온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중국은 주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연료 수출이 다시 제한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영국 원자재 가격정보업체 아거스미디어의 중국 석유산업 전문가 톰 리드는 미국의 봉쇄 전에 출항한 이란산 원유의 마지막 물량이 중국 독립 정유업체들에 도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조만간 연료 수출을 다시 금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NYT가 인용한 전직 미국 당국자들은 비축유와 대체 에너지가 중국 지도부의 대만 침공·봉쇄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이 석유 공급 차단에 따른 피해를 덜 걱정하게 되면, 외국이 원유 운송로를 막겠다고 위협해 중국의 군사행동을 억제하는 효과도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다음 주 백악관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중국이 커진 에너지 영향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보여줄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담당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지낸 메건 오설리번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생산량을 조절하며 누려온 영향력을 중국이 수요 조절을 통해 행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중국에 원유 구매 조절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다른 것을 제공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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