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경향'에 출연한 최재운 광운대 빅데이터경영전공 교수는 이날 영상에서 기술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과거 맨해튼 프로젝트나 인터넷, 위성항법장치(GPS)처럼 정부와 군이 기술을 개발해 민간으로 퍼뜨리던 구조였다면, 지금은 민간 AI 스타트업과 빅테크가 먼저 기술을 만들어 정부에 공급하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방산업계 시가총액 1위에 오른 팔란티어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전선의 장교들이 태블릿으로 적군의 이동 경로와 표적 좌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만든 게 이 회사의 기술이다.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한 명의 결정이 전쟁 판도를 좌우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최 교수는 "우크라이나 해군이 스타링크로 연결해 공습을 하려 했는데 일론 머스크가 이걸 다 꺼버렸다"며 "'우리 기술로 공격하지 마라, 3차 대전 나면 어떡할 거냐'는 판단으로 CEO 한 명이 그렇게 결정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가진 기업의 힘이 정치, 전쟁,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앞으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저가 드론의 등장은 재래식 군사 전략 자체를 흔들고 있다. 수천만 달러짜리 전차나 기갑부대가 수십만원대 자폭 드론에 무력화되면서, 강대국의 일방적 침략이 어려워진 것이다. 최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재래식 전력으로만 붙었으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며 "AI와 드론이 결합하면서 약소국들이 상당히 따라잡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패트리어트 같은 요격 미사일은 비싸고 드론은 싸다"며 "이란은 자폭 드론인 샤헤드를 정말 잘 만드는 나라라서 미국도 꽤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전력 차이가 나면 무조건 끝났지만, 이제는 약소국도 버틸 수 있게 됐다. 침략 전쟁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백 대 규모의 드론을 사람이 일일이 통제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율살상무기(LAWS)를 둘러싼 윤리적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 최 교수는 "미국이 이란을 공습할 때도 자폭 드론 수백 대를 동시에 보냈다"며 "'반드시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는 규칙을 세워놨지만 그게 잘 지켜질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물량 공세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전 세계 드론 제조 시장을 장악한 중국은 막강한 양산 능력에 더해 오픈소스 AI 모델까지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러한 오픈소스 기술은 비국가 무장단체의 손에도 들어간다. 최 교수는 "서구에서는 '전쟁의 민주화'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며 "드론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에 오픈소스로 다 공개돼 있어서, 후티 반군이나 헤즈볼라 같은 세력도 이를 활용해 공격 무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안보 태세에 대해서는 우려를 드러냈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도 AI 기초모델을 만들고 있고 벤치마크 지표도 나쁘지 않다. 방산 강국이라 하드웨어도 괜찮다"면서도 "군사 데이터와 모델을 전술로 엮어줄, 팔란티어 같은 역할을 하는 중간 고리가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군의 실전 경험 축적도 위협 요인으로 꼽혔다. 그는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 가서 최전선에서 드론전을 익히고 온 사람들"이라며 "그런 실전 경험을 가진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부고속도로나 강남대로 한복판에 드론이 떨어진다면 그 심리적 타격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대드론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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