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임시국회서 소비세 감세·정수 삭감 법안 처리 과제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日패싱' 경계…중일관계 개선도 난망
연말 안보 3문서 개정…방위비 GDP 3.5% 땐 연 20조엔 넘어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내각 개편(개각)을 마치고 새 제2차 내각을 출범시킨 가운데, 소비세 감세부터 대중국 외교, 방위비 증액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18일 아사히신문, 지지통신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개각 후 기자회견에서 새 내각에 대해 "결단과 도전, 그리고 실행의 내각이다"고 강조했다.
당장 다카이치 총리는 10월 초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식료품 소비세 감세와 소득연동형 급부를 도입하는 법안 처리에 나서야 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 재무상에게 ‘소비세·지원금 법안 담당’을 겸임하도록 했다. 법안의 국회 대응을 맡긴 것이다.
재무성 간부는 "답변 능력이 뛰어난 가타야마 대신에게 맡기고 싶다는 뜻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참의원(상원)에서 여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법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새로운 급부제도의 대상과 지급 규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당 내에서는 급부제도 설계를 야당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연립여당 일본유신회가 중시하는 중의원(하원) 의원 정수 삭감 법안도 과제다.
자민당과 유신회가 지난해 가을 체결한 연립정권 합의서에 포함됐으나 야당의 강한 반발로 두 차례 국회에 걸쳐 처리가 미뤄졌다.
이번 개각에서 처음으로 각료를 배출해 ‘각내 협력’으로 전환한 유신회는 정수 삭감을 “개혁의 핵심축”으로 중시하고 있다.
요시무라 히로후미(吉村洋文) 유신회 대표는 17일 기자들에게 “임시국회에서 정수 삭감을 반드시 완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야 간 협의는 난항이 예상된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대중국 외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대응, 방위비 증액 등이 초점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방위상을 모두 유임시키며 외교·안보 정책의 연속성을 중시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연내 3차례 대면할 기회가 있다.
일본은 미중 접근으로 자국이 소외되는 ‘일본 패싱’을 경계하고 있다. 미중 간 합의에 따라 일본의 안보·경제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미중이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다음 주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하고 대중국 전략을 둘러싼 인식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둘러싼 미일 간 입장 차이가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인인 아카네 도모코(赤根智子) ICC 소장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ICC 조직 해체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반면 '법의 지배'를 중시하는 다카이치 총리는 ICC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일본 여야에서는 미국에 항의하고 제재 철회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유지하면서 '법의 지배' 원칙을 어떻게 관철할지가 과제가 될 전망이다.
중일 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중일 관계는 지난해 11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국회 답변을 계기로 냉각됐다. 중국은 경제 분야 등에서 대일 압박을 완화하지 않고 있어 관계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과의 회담을 모색한다.
다만 일본 외무성 간부는 "회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지지통신에 밝혔다. 통신은 실제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러일 관계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일 영토 분쟁 지역인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방문한 이후에도 일본 정부는 새로운 대응 조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동 정세가 불안정한 가운데 러시아로부터의 에너지 공급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 내에서도 "영토 문제에서 계속 당하기만 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연말 예정된 '국가안전보장전략' 등 안보 관련 3개 문서 개정이 중요 과제다.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의 방위비 지출을 요구해 왔다.
일본이 방위비를 GDP 대비 3.5%로 늘릴 경우 연간 20조엔을 넘는 막대한 규모가 된다. 재원 마련이 과제지만 지금까지 관련 논의는 활발하지 않았다. 국민에게 추가 부담을 요구할지 등 다카이치 정권의 대응이 주목된다.
다카이치 총리가 강한 의욕을 보여온 헌법 개정도 남아 있다.
그는 지난 4월 자민당 대회에서 "개정 발의에 전망이 선 상태에서 내년 당 대회를 맞이하고 싶다"고 밝혔다.
여당은 중의원 헌법심사회에서 헌법 개정 조문안을 만드는 '조문기초위원회' 설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면 중·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여당은 참의원에서 과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개헌 문턱은 여전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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