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에 '피고인 E'로 표기된 윤 전 대통령
실명·직위 나온 판결문 공개 거부되자 소송
법원 "과잉금지 원칙 위배…재판소원 우려"
"실명화는 쟁점 아냐…정보공개법 적용해야"
[서울=뉴시스]이승주 이윤석 기자 = 참여연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판결문을 실명으로 공개해달라고 청구한 데 대해 법원이 법 규정 해석에 따라 정보공개법 적용을 배제한 채 청구를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수석부장판사 강우찬)는 17일 참여연대가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일반 국민이 어떤 경우라도 확정 안 된 형사 판결문의 사본을 열람하거나 교부 받는 게 절대적으로 금지되는지 여부"라며 "해당 사건은 행정소송이기 때문에 서울중앙지법 측에서 제시한 거부처분 논리가 위법한지에 한정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판결문 실명화 공개가 어느 범위에서 얼마나 필요한지는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중앙지법은 당시 형사소송법 등을 근거로 들어 국민이 미확정 형사 판결문을 열람 등사할 수 있도록 하는 어떤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판결문 공개 청구를 거부했다.
어떤 규정도 없으니 사실상 금지된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 같은 해석에 따르면 정보공개법에 대한 특별규정이 있게 되는 셈이니 정보공개청구도 금지된다는 것이다. 정보공개법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적용이 배제된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 규정 자체는 일반 국민이 확정되지 않은 형사 판결문을 열람 등사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규율을 하지 않고 미비한 공백 상태에 둔 것에 불과하다"며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근거를 둔 것이 아니고 결국 정보공개법 적용에 배제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해석처럼 형사소송법 규정이 일반 국민의 미확정 형사 판결문 열람·등사 자체를 절대적으로 봉쇄·금지한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크다고도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확정 형사판결서에 대한 일반 국민의 정보공개 청구까지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경우, 일률적으로 정보공개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이는 헌법상 알권리와 정보공개 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게 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법원이 이러한 헌법적 관점을 간과하고 만연히 이런 해석론을 판결로 취하게 되면 이는 재판소원의 문제가 될 수 있음을 따로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3월 30일 참여연대에 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서울중앙지법이 정보공개법에 따라 판결의 공개 여부와 정도에 대해 새로 판단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판결문 1206쪽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면서 인명과 직책 등을 비실명으로 처리해 공개했다.
윤 전 대통령도 해당 판결문에서 '피고인 E'로 표기됐다.
이후 참여연대는 서울중앙지법을 상대로 실명 판결문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판결문 공개는 형사소송법상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보공개법상 청구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 4월 "내란 주요 피고인들은 대다수가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내란을 주도하거나 가담했으므로 이들의 이름과 지위는 판결문에서도 공개돼야 마땅하다"며 이번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사생활 침해 우려를 근거로 비실명화를 처리했다는 법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법은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과 지위는 비공개 대상이 아니라고도 규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내란이라는 사건의 중대성과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공익적으로도 이들의 실명과 직위를 판결문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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