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원유·농산물 수입 부담 키워
유가 상승에 통화 약세 겹치면 금리 인하 제약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 강세 압력이 커지면서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이 수입물가 부담으로 금리를 내리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통화 긴축이 달러 가치를 끌어올리고 다른 나라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각국의 수입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물가 부담이 커지면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여지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연준의 16일 발표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0.25%포인트 올려 3.75~4.00%로 조정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CNBC는 이번 인상이 유가 급등 등으로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며 연준이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고 전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금리 인상과 추가 인상 신호가 달러에는 상승 압력으로, 다른 나라 통화에는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와 천연가스, 농산물 등 주요 원자재는 달러로 가격이 매겨진다. 달러 표시 가격이 같아도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대금으로 내야 할 자국 통화는 늘어난다. 이 때문에 달러 강세는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물가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건자산운용도 일본은행이 이번 주(14~18일) 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10일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타이 후이 JP모건자산운용 아시아·태평양 수석 시장전략가는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물가 우려에 대응해 통화정책을 긴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전 세계의 동반 인상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블랙록에 따르면 중국과 태국은 여전히 물가 하락 압력을 받는 반면 호주와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중앙은행 목표를 웃돈다. 인도는 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 목표 범위의 중간 수준에 있다.
CNBC는 달러 강세가 정책 선택의 폭을 좁히더라도 각국 중앙은행이 미국을 기계적으로 따라가기보다 자국의 물가와 경기 여건을 우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시장에서는 높은 금리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늘리는 동시에 채권의 투자 매력을 높인다. 또 금리가 오르면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 주가를 낮추는 요인이 된다.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을 할인율이라고 한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할인율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이 같더라도 현재 가치는 낮아진다.
리즈 앤 손더스 찰스슈와브 수석 투자전략가는 국채 수익률의 절대 수준보다 상승 속도와 시장의 질서 유지 여부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에 가까워진 흐름은 물가와 연준 정책 전망, 물가 상승분을 포함한 명목 경제성장세로 대체로 설명된다는 평가다.
손더스 수석 전략가는 국채 수익률 상승이 무질서해지면 주식시장이 이를 감당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도, 질서 있는 흐름이 유지된다면 경제와 시장이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높은 금리의 영향이 이미 경기 변동에 민감한 업종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들의 견조한 실적은 고용을 뒷받침해 물가를 잡는 일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봤다.
후이 수석 시장전략가는 연준이 2027년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면 투자자들이 주가 수준이 적정한지 다시 따져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금리 변화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기술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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