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료계 "미프진, '원내 처방·조제' 철회해야…접근성 확대 필요"

기사등록 2026/09/17 14:59:50 최종수정 2026/09/17 15:25:01

여성·의료단체 모임넷, 정부 발표에 긴급 기자간담회

"도입은 환영…원내 처방·조제가 접근성 막을 우려"

건보 급여화·처방 주체 확대…청소년 보호자 동의 반대

[서울=뉴시스] 고선영 수습기자=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모임넷)이 정부의 임신중지약물 도입 발표와 관련해 17일 서울 종로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2026.09.17. sunzer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홍주 고선영 수습 기자 = 정부가 이른바 '미프진'으로 불리는 임신중지 약물을 내년 1분기 정식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여성·의료계 단체들이 접근성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민우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이 참여하는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모임넷)'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정부는 전날(16일) 임신중지 의약품을 국내 의료체계에 정식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현대약품이 지난 2024년 12월 수입품목 허가를 신청한 '미프지미소정'을 심사 중이다. 이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사용하는 약물로,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내년 1분기 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는 부작용이나 안전성 등을 이유로 2년 동안은 의료기관 안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할 예정이다.

모임넷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프진 도입이 공식화됨에 따라 이제 의료기관에서부터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유산유도제로 처방할 수 있게 된 것은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2년간 '원내 처방, 원내 조제' 원칙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정부는 제약과 규제가 아닌 유산유도제의 실질적인 접근성 확대를 통한 안전한 임신중지 보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원내 처방·조제 원칙을 정한 근거로 약사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든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모임넷은 "정부는 2년간 원내 처방, 원내 조제 원칙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약사는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고 언급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2019년 헌재 결정 주문에서 '의사에 관한 부분'이라고 언급한 것은 당시 위헌소송을 제기한 청구인이 산부인과 의사였기 때문이며, 다른 보건의료 직역의 낙태죄를 달리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처방·조제 주체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임넷은 "WHO의 2023 임상 가이드는 임신 12주 이내 내과적 임신중지의 경우 전문의, 일반의, 전문간호사, 간호사, 조산사, 지역사회 보건의료 종사자, 약사까지 약에 대한 모두 처방과 조제를 할 수 있다고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복합요법의 성공률이 95~99%로 높고 심각한 합병증은 드물다"며 "미페프리스톤을 복용한 뒤 의료기관에서 부작용을 관찰해야 할 안전상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지난 2022년 8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08.17. 20hwan@newsis.com

건강보험 적용 확대도 요구했다.

모임넷은 "정부는 반드시 유산유도제의 도입과 함께 현재 모자보건법 14조의 해당 요건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 적용의 대상을 모든 임신중지 진료에 확대하고 유산유도제에 대해서도 급여화를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청소년 처방 시 보호자 동의 요구에 대해서도 "청소년의 임신중지 시기를 크게 지연시키고 의료비뿐만 아니라 건강상의 위험, 파트너로 인한 위험, 비공식적이거나 안전하지 않은 의약품과 의료환경에서의 임신중지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의사와 약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계도 참석해 정부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는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최대한 보수적인 관리 방안은 안전을 위한 지원체계가 아니라 접근을 막는 장벽으로 작동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첫 번째 약인 미페프리스톤은 신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는 증상을 거의 일으키지 않아 대기가 필요치 않은데, 모든 이용자에게 원내 대기나 단기 입원 형태의 감시를 요구할 의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2년간 실사용 자료를 축적한 뒤 제도를 재검토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재검토 시점을 1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어디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지, 어디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지, 의료기관에서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지, 몇 차례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지, 얼마를 부담해야 하는지에 따라 허가된 의약품도 현실에서는 이용하기 어려운 의약품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건강보험과 관련해서는 "미프진을 기존 인공임신중절 급여 트랙에 포함해 급여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며 "급여와 비급여 사이의 가격 간극을 정상화하고 급여 사유를 사회경제적 사유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간호계에서는 의사 중심의 처방·관리 체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주희 간호사페미니스트네트워크 '널싱페미' 활동가는 해외 연구를 근거로 적절히 훈련된 간호·조산 인력이 초기 임신중지 의료에 참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활동가는 "적절히 훈련된 고급진료간호사, 공인간호조산사, 진료보조인력이 수행한 초기 임신중지의 합병증 발생률은 2% 미만으로, 의사가 수행한 경우와 임상적으로 동일한 안전성과 효과성을 보였다"며 "간호사 등 보건의료 전문직이 유산유도제 처방과 복용 관리를 충분히 안전하게 주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증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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