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억弗 원전 8기, AP1000만 짓나…한미 '노형 주도권' 기싸움

기사등록 2026/09/17 14:24:32

美, APR1400 건설에 난색…자국 모델 중심 주장

AP1000 추진되면 韓 기업 사업 참여 제한 우려

APR1400 건설시 경제적 효과와 부가이득 증가

[두코바니(체코)=AP/뉴시스]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4개의 모습. 2022.11.30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두고 한미가 적용 노형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1200억 달러 규모로 거론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한국수력원자력의 APR-1400 노형을 최소 2기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자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을 중심으로 원전을 건설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AP1000을 우선 건설하더라도 우리 기업의 사업 참여가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이 적용될 경우 설계부터 핵심 기자재, 시공·정비까지 국내 원전 생태계의 참여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선 APR-1400의 건설 실적을 통해 미국 내 추가 사업이나 나아가 제3국 수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에 따라 어떤 노형을 적용하느냐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사업 참여 범위와 원전 건설 실적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지가 막판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국회·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미국 현지에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방안과 함께 한수원의 APR-1400 노형 2기를 우선 건설하는 방안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APR-1400이 미국에 건설될 경우 한국 원전산업의 밸류체인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미국에서 APR-1400 실적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메리트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자국내 APR-1400 건설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의 주력 모델인 AP1000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AP1000을 먼저 짓더라도 국내 기업의 참여 가능성은 열려있다.

증권가에선 AP1000 사업이 추진될 경우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한전기술 등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점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보글 원전과 중국 산먼·아이양 AP1000에 주요 기기를 공급한 경험이 있어 사업 참여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힌다.

[세종=뉴시스] 신한울 제1발전소 전경. 왼쪽부터 1·2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2026.05.18. photo@newsis.com

다만 AP1000은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한 노형인 만큼   APR1400과 비교해 국내 기업이 맡을 수 있는 사업 범위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팅의 경우 AP1000 사업에서는 원자로 압력용기와 증기발생기 등 주요 기기를 공급할 수 있다. 반면  APR1400이 적용되면 원전 주기기는 물론 터빈, 발전기 등으로 공급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한전기술도 AP1000 사업에서는 종합설계에 참여하더라도 담당 범위가 일부에 그칠수 있지만, APR1400에서는 종합설계를 비롯해 계통설계 등 보다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웨스팅하우스가 AP1000 사업의 공급망 계약을 주도할 경우 국내 기업이 어느 정도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국내 기업 뿐 아니라 제3국 업체가 기자재 공급 등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APR1400을 먼저 짓는다면 한수원과 한전 기술,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시공사와 기자재 업체 등 국내 원전 생태계가 보다 폭넓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한국형 원전의 건설 실적을 확보하는 부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APR1400의 미국 건설 경험이 향후 미국 내 추가 원전 사업이나 제3국 수출 과정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미 원전 협상의 핵심은  AP1000과 APR1400 중 어떤 모델을 먼저 건설할지를 넘어 국내 기업이 설계·조달·시공(EPC), 핵심 기자재 공급 등에서 얼마나 사업 참여 기회를 확보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우리 원전이 북미에 진출하기 위해선 웨스팅하우스의 양보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서 지분을 인수하면서 같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며 "한미간 원전 건설을 약속한 8기 중 APR1400 노형을 얼마나 최대치로 넣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원전 8기 건설의 경우 운영은 미국이 해도 괜찮지만 터빈, 주기기, 보조기기 등을 우리 기업이 납품하지 못한다면 기업들이 트렉 레코드를 확보하지 못할 수 있고 글로벌 판매망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며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해서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메이프라워호텔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6.07.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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