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 늦추자” 앤트로픽·오픈AI…젠슨 황·브로드컴은 “계속 달린다”
3대 딜레마에 빠진 '감속론'…칩 수요·동기 의심·국제 공조 부재
24일 미·중 정상회담서 AI 안전 시험대
불씨는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지폈다.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AI 모델의 능력을 올리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술 진보를 멈추자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AI를 안전하게 통제할 정렬(alignment) 기술을 확보할 시간을 벌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앤트로픽은 제3자 평가기관에 서비스 내부 접근권을 주겠다고 밝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같은 날 엑스(X)에 "프런티어의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다리오의 말에 동의한다"며 "독립 평가자에게 직원 수준의 접근권을 주겠다는 약속은 훌륭한 생각이며, 우리도 똑같이 하겠다"고 적었다. 일론 머스크 xAI CEO도 "다리오가 옳다"고 호응했다.
그는 AI 안전 규제에는 동의하면서도 "도구 사용 방식에 안전장치를 두면 될 일이지, 스스로 날뛰는 생물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반대편에 섰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황 CEO는 14일 로스앤젤레스 올인 서밋 무대에서 아모데이 CEO의 주장을 논의하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받아 스피커폰으로 청중에게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겠다. 그건 사기"라고 말하자 황 CEO는 "맞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겠다"고 답했다.
CNBC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잠재 투자자들을 만나는 와중에 감속론을 제기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 방송에 "앤트로픽과 오픈AI가 하는 일이 매우 의심스럽다"며 "점점 더 사다리 걷어차기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진심이라면 컴퓨팅 자원 사용과 모델 훈련을 중단하고 IPO도 취소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이 2027년 자사의 최대 맞춤형 칩 고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속도를 늦추자던 기업이 정작 칩 주문은 가장 크게 늘리는 역설이 연출된 셈이다. 일각에선 미국 선두 빅테크들이 후발 AI 개발사의 추격과 D램 등 반도체 진영의 가격 인상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
국제 공조라는 전제도 순탄치 않다. 아모데이 CEO는 에세이에서 중국에 대한 첨단 AI 칩·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강화와 중국 AI 연구소의 무단 '증류'(distillation) 단속도 촉구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이를 겨냥해 "겉으로는 글로벌 AI 안전에 관한 합리적 성명으로 보이지만" 그 밑에 "중국을 겨냥한 봉쇄 조항"이 깔려 있다며 "조용한 AI 냉전"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감속론은 세 가지 장벽에 부딪혔다. 꺾이지 않는 반도체 수요, 동기 자체를 의심하는 시장의 시선, 국제 공조의 부재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24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으며, AI 안전이 논의 의제에 포함돼 있다. 이 정상회담이 세 번째 장벽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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