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부·복지부·식약처, 임신중지약 도입방안 발표
초기 2년 의사 처방·조제…이후 약국 조제로 확대
식약처 허가심사 진행 중…이르면 내년 1분기 도입
임신 9주 이하 대상…처방 의사 자격·건보 적용 미정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인공임신중지 약물이 이르면 내년 1분기 내 도입된다.
임신 9주 이하 임신부를 대상으로 도입하되, 도입 후 초기 2년간은 병원에서 처방·조제하고 이후 약국 조제로 확대할 방침이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는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이 지속되면서 현장에서는 음성적으로 임신중지 약물 유통이 이루어지고 여성 안전·건강권이 저해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속하게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 식약처가 허가 심사 중인 약물은 현대약품이 2024년 12월 수입품목 허가를 신청한 '미프지미소정'이다.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사용하는 약물로, 임신 63일(9주) 이내 사용을 전제로 허가를 신청했다.
식약처는 허가 심사와 수입에 필요한 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1분기 국내에 도입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신준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상당 부분 허가·심사가 진행돼왔고 위해성 관리계획 등에 지금 허가·심사가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며 "허가 이후에는 업체 수입 절차에서 안전성 검사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업체가 준비된다고 하면 가능한 한 내년 초, 내년 1분기 안에는 도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사용 범위는 제약사가 제출한 임상시험 자료와 허가 신청 내용을 토대로 정해질 전망이다.
신 국장은 "9주 이내 사용은 제약사가 임상시험 자료에 근거해서 신청한 것으로, 제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허가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입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한다. 이후 부작용과 안전성 등을 검토해 의사가 처방하고 약국에서 조제하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행 모자보건법과 형법상 관련 규정 등을 고려해 법 개정 전까지 우선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와 처방 의사의 자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곽순헌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급여 지정 여부는 해당 제약사가 신청을 해야 검토가 이뤄진다"며 "약제와 별개로 사전에 초음파 검사 등에 건강보험 급여화가 가능한지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처방 의사 자격에 대해서는 "산부인과 전문의만 처방이 가능하다기보다 초음파를 확인해서 주수를 확인할 수 있는지 여부나 자궁외임신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며 "의료계와 계속 협의해나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의약품 심사가 완료되는 대로 구체적인 사용 방법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미프진' 허용을 논의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미프진은 미페프리스톤 성분의 의약품으로, 1988년 프랑스에서 처음 허가된 이후 2024년 기준 약 100개국에서 허용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임신중지에 쓰이는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국내에서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이 이어지는 가운데, 약물이 음성적으로 유통되면서 여성계를 중심으로 정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대통령 지시 이후 법제처에 법률 검토를 요청했고, 현행 법률 체계에서도 약물 도입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
이에 관계부처는 이날 오전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4차 국가정책조정회의에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성평등부는 약물 도입의 기대 효과와 현장 의견을 전달했다.
현장에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물과 대체재가 불법 유통되고, 여성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수술이나 약물 복용을 선택할 권리가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신중지 비용 등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식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원 장관은 "임신·출산이 여성의 삶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지만 그동안 제도적 미비로 안전하게 의료체계에 접근할 수 있는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정식으로 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발표한 만큼, 국가의료체계 하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루어지고 임신중지를 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임신중지 약물 허가 이후 안전한 사용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임신중지약물의 허가 신청자료를 철저히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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