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코인 호재였는데"…'트럼프 이해충돌'에 막힌 클래리티법

기사등록 2026/09/16 11:00:00

상원 절차 표결서 60표 확보 실패

트럼프 일가 가상자산 사업 '발목'

비트코인 4%·코인베이스 10% 급락

[댈러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미 텍사스주 댈러스의 아메리칸 에어라인 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1일차에 기조연설자로 등장하고 있다. 2026.09.10.

[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하반기 가상자산 시장 주요 호재로 꼽혔던 '클래리티법(Clarity Act)'이 미국 상원 첫 관문을 넘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가 막판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민주당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 상원은 15일(현지시간) 클래리티법을 본격 심의하기 위한 절차 표결을 진행했지만 가결에 필요한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업계는 미국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체계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가결 여부에 주목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친(親)가상자산 기조로 돌아서면서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모였다.

클래리티법은 미국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으로, 가상자산의 증권·상품 분류 기준을 마련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감독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골자다. 증권으로 분류되는 토큰은 SEC가, 비트코인 같은 탈중앙화 가상자산은 CFTC가 담당하는 구조다.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암호 화폐 기업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 3개월 전 3억 달러의 펀딩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게재된 영상. (출처=코인마켓캡 홈페이지) 2025.4.30.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가상자산 사업이 오히려 법안의 발목을 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전 자신과 아들들이 시작한 여러 가상자산 사업을 통해 10억달러(약 1조3714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를 들어 클래리티법이 공직자의 가상자산 거래를 충분히 제한하지 못한다고 반발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가상자산 규제는 필요하다"면서도 "가상자산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은 가상자산을 사고팔거나 거래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안 지지자들은 당혹감을 드러냈다. 1년간 협상을 이어온 상황에서 반대 측이 막판에 요구 수준을 높였다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표결에 앞서 백악관이 승인한 윤리 규정 수정안도 제시했지만 민주당의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법안 협상에 참여했던 루벤 가예고 민주당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협상을 갑자기 끝내고 표결을 강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만 고려할 게 아니라 민주당과 협력해 강력한 윤리 규정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표결 결과는 시장에도 충격을 줬다. 비트코인은 클래리티법 부결 소식 이후 4% 급락하며 7만5000달러대로 밀렸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10%,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은 11% 떨어졌다.

다만 이번 부결이 가상자산 산업의 장기적 성장 흐름을 꺾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데이비드 머서 LMAX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최대 은행과 자산운용사들은 이미 디지털 자산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한 번의 표결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규제 명확성은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