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은영 "TV 틀면 나오던 시절 있었는데…지금은 50점도 못 줘요"

기사등록 2026/09/15 17:31:55
박은영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왕년에 이런 것도 했고 저런 것도 했다고 거기에만 갇혀 있을 수는 없잖아요. 지금의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죠."

TV를 틀면 아나운서들이 예능과 교양 프로그램을 누비던 시절이 있었다. 그 한복판에 있던 박은영도 어느덧 방송 생활 20년 차가 됐다.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방송의 중심축으로 떠오르고 아나운서들이 설 무대는 줄어든 지금, 두 아이의 엄마이자 프리랜서 방송인이 된 그는 다시 자신의 자리를 묻고 있다.

그래서일까. 자신의 현재 방송인 점수를 묻자 박은영은 잠시 고민하다 "50점도 못 줄 것 같다"고 말했다. 2007년 KBS 아나운서로 입사해 한때 TV를 틀면 나올 정도로 여러 프로그램을 누볐지만,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서늘할 만큼 냉정했다.

15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박은영은 "KBS에 있을 때와 지금의 위치가 너무 다르다"며 "이름이나 얼굴을 알아봐 주시는 분들은 많지만, 프리랜서가 된 이후 나를 설명해 줄 프로그램이나 활동, 캐릭터가 부족하다"고 털어놓았다.

박은영은 KBS 재직 시절 '연예가중계' '비타민' '위기탈출 넘버원' '인간의 조건' 등 간판 예능·교양을 휩쓸었다. 연예대상 신인상과 우수상, 라디오 DJ상까지 쥐며 승승장구했다.

순탄해 보였던 방송 생활 이면에는 매일 새벽을 깨워야 했던 고된 일상이 있었다. 13년 남짓한 직장 생활 중 10년을 새벽 방송에 바쳤다. 지각 한 번 없는 성실함이 오히려 새벽 전담이라는 타이틀로 되돌아왔다.

"몸이 많이 상했어요. 늦게 결혼해 아이를 간절히 바랐는데 유산이 계속됐죠.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 사표를 냈어요. 그렇게 첫째 아들이 태어났고 둘째도 낳았기 때문에 퇴사를 후회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2020년 퇴사 후 프리랜서 7년 차. 현재 국악방송 TV '문화n공감'과 홈쇼핑을 진행하고, 개인 유튜브 채널 '알콩달콩 박은영'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문화n공감'은 KBS 퇴사 직후부터 이어온 프로그램이다. 국악고 출신이자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의 결에 딱 맞는 옷이기도 하다.

최근 유튜브에선 "KBS 때보다 수입이 낫다"는 발언이 화제가 됐지만 그는 손사래를 쳤다.

"'TV에 안 보이니 애만 키우나 보다' 하시는 분들에게 아니라는 걸 말씀드린 거였어요. 월급쟁이 시절보다 수입이 다소 나아졌다 뿐이지 엄청나게 버는 건 아닙니다.(웃음)"

올해 둘째를 출산하며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는 친정·시댁 부모님과 육아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방송 활동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다.

"'육퇴(육아 퇴근)' 후 맥주 한잔하는 나만의 시간 같은 건 없어요. 첫째를 재우다 함께 잠들죠. 일하고 아이 키우고, 일하고 아이 키우고 그냥 이렇게만 하는 게 저는 너무 좋아요."

변화무쌍한 미디어 환경에서 그는 자칭 '옛날 사람'이다. 종이 신문과 다이어리를 고집하고 인스타그램은 어렵다. '알콩달콩 박은영'의 구독자는 5만 명을 넘어 10만 명을 목표로 달리고 있지만, 억지로 트렌드를 좇아 자신을 포장하고 싶지는 않다.

"마흔이 넘었으니 새로운 캐릭터를 억지로 만들려고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저의 이미지와 쌓아온 것들을 좋아해 주고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이 맞았을 때 두각을 나타내는 거죠."

박은영이 가장 갈증을 느끼는 무대는 예능과 정보가 결합된 이른바 '쇼양' 프로그램이다. 과거 '비타민'처럼 편안하면서도 유익한 방송이야말로 자신의 내공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제가 막 엄청나게 웃기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대신 아나운서로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편안한 진행을 보여주는 데는 자신 있어요. 옛날에 김원희, 박미선 선배님이 보여주신 깊이 있는 MC 자리가 제 롤모델이죠."

최근엔 앞으로의 20년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하다 절친한 코미디언 홍현희를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지금은 아이들에게 엄마의 온기를 나누는 데 무게를 두고 있지만, 방송인으로서의 자리를 찾겠다는 열망을 놓은 것은 아니다. 다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 아나운서들이 설 수 있는 무대 자체가 줄어든 현실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요즘 젊은 분들은 저를 잘 모를 수도 있죠. 어느새 '과거형' 방송인이 된 것 같아 속상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방송국 근처를 지나갈 때면 '언제 또 한 번 저기서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겨요. 프로그램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나운서들이 예전처럼 다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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