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장기화시 물류·포장재 비용 부담 확대
원·달러 환율 하락 수입 원가 부담 완화 요인
[서울=뉴시스]동효정 기자 =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등 중동발 공급 불안에 상승세를 보이면서 유통업계가 원가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상품 운송에 필요한 물류비는 물론 석유화학 원료를 사용하는 포장재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다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입 상품과 원부자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요인도 동시에 나타나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송유관 가동 중단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로 급등했다. 전날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1.02% 오른 배럴당 105.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1.34% 상승한 배럴당 101.39달러에 마감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분야는 물류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전국 점포에 상품을 공급하기 위해 차량을 이용한 배송망을 운영하고 있어 유류비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커머스 역시 물류센터 간 상품 이동과 소비자 배송 과정에서 운송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상품 원가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유가가 오르면 석유화학 원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등 포장재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식품업체의 제조·운송 비용 상승이 납품가격에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판매가격을 즉각 올리기보다 자체 마진이나 판촉 비용 등을 조정하며 가격 상승을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편의점 역시 점포 수가 많고 상품 배송 빈도가 높은 만큼 물류비 변동에 민감하다.
실제 앞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지난 4월에는 GS25·CU·이마트24가 국제택배 운임을 평균 약 7% 인상했다. 중동 정세 악화로 항공 운송에 적용되는 유류할증료가 상승한 데 따른 조치였다. CU의 경우 500g 이하 미국행 국제택배 요금이 기존 6만5900원에서 7만513원으로 약 4600원 올랐다.
배달 플랫폼에서도 유가 상승에 따른 포장재 가격 급등에 대응한 사례가 나온 바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4월 식자재·배달비품 플랫폼 '배민상회'를 통해 외식업 소상공인에게 비닐봉투 200만장을 무상 지원했다. 당시 중동 전쟁 여파로 배달·포장에 필요한 비닐봉투 공급이 불안정해지고 가격이 급등하면서 일선 식당들의 부담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배민은 소상공인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 방안을 마련했으며, 품귀 품목의 사재기를 막기 위해 구매 제한 시스템도 운영했다.
다만 업태별로 받는 영향은 조금씩 다르다.
면세점은 유가 자체보다는 환율과 외국인 관광객 소비 흐름에 더 민감하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외화와 연동해 매입하는 해외 브랜드 상품의 원화 환산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는 원화 가치가 오를수록 한국에서의 쇼핑 가격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어 환율이 관광객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백화점은 유가 상승이 곧바로 상품 원가에 반영되기보다는 소비심리를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화하면 휘발유·경유 등 에너지 비용과 생활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이 커질 경우 가처분소득이 줄어 패션·잡화 등 구매를 미룰 수 있는 상품부터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어 이 부분이 더 민감한 편"이라고 말했다.
최근까지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입 원가 부담이 다소 완화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수입물가지수(2020=100)는 156.31로 전월(160.14)보다 2.4% 하락했다.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수입 식품과 주류, 패션·잡화 등 해외 상품은 물론 국내 제조업체가 사용하는 수입 원료의 원화 환산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당장 유가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보다는 국제유가와 환율 등 주요 원가 변수를 함께 지켜보는 분위기다. 유가 상승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비용 일부를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지만,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물류비와 상품 원가 부담이 누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 초 큰 폭의 유가 상승이 있었던 만큼 상반기부터 물류비와 포장비, 임가공비 등 일부 비용이 이미 상승했고, 현재도 해당 비용 상승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 상승 조짐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 역시 올해 초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현재로서는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보다는 환율 하락에 따른 비용 상쇄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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