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주거지 정보 제공, 증거 은닉 공모 없었다"
"흉기도 못찾아 리얼돌·케이블타이 증거로 못봐"
영상 삭제 지시는 인정…"과오 드러날까 우려"
[전남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장윤기 사건' 초동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방조하고 수사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로 기소된 광주 광산경찰서 전 강력팀장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광주지법 형사12단독 이승연 부장판사는 14일 오후 공무상비밀누설·증거인멸방조·증거은닉방조·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57) 경감과 팀원 A경사의 첫 공판을 열었다.
박 경감 측은 "증거인멸교사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한다"며 공모 관계와 각 혐의의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차량 수색 과정에서 케이블타이 등을 압수하지 않은 것은 수사상 과오일 수 있지만, 이를 장윤기의 범행과 관련된 증거로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없애거나 숨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박 경감 측 변호인은 "수사 초기에는 이 사건 리얼돌과 케이블타이 묶음을 강간살인의 증거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당시 범인 검거와 범행 경위 확인, 흉기 등 살인의 직접증거 확보를 우선했다. 해당 물건들을 확인할 당시에는 범행에 쓰인 흉기조차 발견하기 전이었다"고 했다.
이어 차량 위치와 장윤기 주거지 주소, 현관 비밀번호 등을 알려준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압수수색과 감식이 끝난 차량이나 주거지 위치는 보호할 가치가 있는 직무상 비밀로 보기 어렵다"며 "당시 케이블타이와 리얼돌의 증거가치도 인식하지 못했던 만큼 이를 알려줄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장윤기의 휴대전화 유기 장소를 부친에게 알려준 것과 관련해서도 "부친이 먼저 '첨단대교 밑인가'라고 물었고, 장윤기가 그렇게 주장한다는 취지로 답했을 뿐"이라며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장윤기를 강간살인이 아닌 살인 혐의로 송치한 것 역시 범행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의도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구속기간이 10일로 제한된 데다 장윤기가 강간 혐의를 부인하고 직접증거도 부족해 단순살인 혐의로 송치했다"며 "강간 목적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는 수사기록에 남겼다"고 강조했다.
다만 케이블타이를 발견하고도 압수하지 않은 모습이 담긴 차량 수색 영상의 삭제를 지시한 사실은 인정했다.
박 경감 측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처신이었다"며 반성하면서도 "장윤기의 범행을 돕거나 형사절차를 방해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자신의 수사상 과오가 드러나 징계를 받을 것을 우려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해당 영상은 이후 수사보고서와 함께 다시 확보됐고 케이블타이 현품도 확보된 만큼 실제 형사절차의 진행이나 증거 확보를 방해한 정도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증거인멸교사죄 성립 여부를 다툴 예정이다.
A경사 측 역시 "직접적인 물증을 찾다 보니 당시 증거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A경사 변호인은 "압수수색과 현장감식이 모두 끝났고 수색증명서까지 작성된 만큼 피의자의 재산을 그 가족에게 알려준 것"이라며 "구속영장 신청 사실 역시 당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던 내용을 언급한 것"이라는 취지로 항변했다.
박 경감 변호인은 재핀 직후 기자들을 만나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장윤기의 강간살인 범행을 은폐할 의도가 있었다는 전제 아래 이후의 개별 행위들을 결과론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각 행위 당시 피고인이 무엇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고의를 판단해야 하고, 사후에 밝혀진 결과를 근거로 당시의 인식을 소급해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재판은 10월14일 증인신문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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