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 콩쿠르 세차례 입상…"뜻밖의 성적에 얼떨떨"
"작품·작곡가 공부해 저만의 방식으로 음악 풀어내고파"
19일 거암아트홀서 독주회…베토벤·스크랴빈·리스트 연주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습니다. 관객을 위해서 연주하지만 저 자신이 행복하게 연주하고 즐기면서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올해만 무려 세 차례 콩쿠르에 입상하며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주목받은 이주언(15)은 연이은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과정에서 음악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즐기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주언은 지난해 에틀링겐 국제 피아노 콩쿠르, 이시카와 국제 피아노 콩쿠르, 오사카 국제 음악 콩쿠르에 입상하며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는 한층 더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다. 지난 3월 힐튼 헤드 피아노 국제 콩쿠르 1위를 시작으로, 6월 지나 바카우어 국제 피아노 콩쿠르(주니어 부문) 1위, 7월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주니어 부문) 2위·20세기 작품 연주 특별상을 받았다. 특히 그가 입상한 6·9월 콩쿠르는 미국에서 3대 콩쿠르로 꼽히는 대회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만난 이주언은 좋은 성적에도 담담한 태도를 보이며 자신의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세 콩쿠르를 한 번에 지원했다는 그는 "세 대회 모두 본선에 오를 줄도 몰랐고, 하나라도 나가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원했다"며 "뜻밖에 모두 좋은 성적을 내서 얼떨떨하면서도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2011년생인 이주언은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 윤선영씨를 통해 자연스레 악기를 접했다. 초등학교 1학년 취미로 시작한 피아노를 3학년 무렵 본격적으로 전공하며 연주자의 길을 걷게 됐다. 여러 무대에 서며 연주를 즐겼고 무대에서 긴장하기보다 오히려 에너지를 얻는 '무대 체질'이 피아노를 계속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예원학교에 진학했지만 중학교 2학년을 마치고 자퇴했다. 피아노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 올해부터 홈스쿨링 중이다. 현재 피아니스트 김정원을 사사하고 있다.
이주언은 "학교에서 집까지 거리가 멀어 통학 시간이 오래 걸렸고 늦게까지 피아노를 연습하다 보니 잠도 부족해졌다"며 "자연스럽게 피곤해지면서 연습 효율도 떨어져 고민하다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기에 자퇴를 고민했다. "하지만 자퇴 후에도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자주 만나며 외로움을 달랬다"며 웃으며 말했다.
올해 좋은 성적에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성장통도 있었다. 지난 3월 대회 이후 현지와 한국의 환경 차이에 다시 적응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이주언은 이러한 고민이 곧 '피아노를 계속해야 할까'까지 확장됐다고 말했다.
이주언은 "미국에서는 자연과 가까운 환경에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했는데 한국에서는 좁은 연습실에서 연주하다 보니 힘들었다"며 당시의 경험을 '고난'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결국 그를 붙잡은 것도 피아노였다. 악기를 향한 마음은 이미 매우 커 사랑하게 됐다.
"피아노를 그만두면 진짜 저는 못살 정도로 이제는 피아노와 음악을 좋아해요. 콩쿠르에서도 좋은 성적을 못 내 실망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지만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부담감을 덜어냈죠. (웃음)"
오는 19일에는 거암아트홀에서 '이주언 피아노 리사이틀'를 앞두고 있다. 콩쿠르 입상 이후 첫 독주회로, 이번 프로그램 구성도 평소 즐겨듣던 작품에서 직접 선택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23번 '열정', 스크랴빈의 환상곡 b단조,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로 기교를 요구하는 곡들을 선보인다.
"각 곡의 스타일이나 어떠한 색채가 모두 제각각이라 작품이 가진 특징을 저만의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주언은 실제로 연주보다 작품과 작곡가에 연구하는 시간에 더 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작곡가, 작품을 공부한 후 연습에 임하는 것이 일상화됐다"며 "음악을 이해하고, 저만의 방식으로 푸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특히 2부를 장식하는 리스트 소나타는 단악장 형태지만 인간의 생로병사와 영혼의 투쟁 등이 담긴 난곡(難曲)으로 꼽힌다. 그는 "기교 외에도 작품에 담긴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전달이 어렵다"면서도 "이를 위해 당시 리스트가 작품을 왜 작곡하고, 어떤 상황이었는지를 연구하며 접하고 있다"고 했다.
이주언은 지난 3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선배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에게 마스터클래스를 받아 화제가 됐다. 그는 라벨 피아노 전곡 음반을 발매한 조성진 앞에서 라벨의 '스크라보'를 연주했다.
"(조성진이) 단순히 피아노 소리가 아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처럼 연주하고,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보다 어떠한 형체를 상상하며 연주하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힙합을 즐겨 듣고, 친구들과 수다 떨고,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10대지만 음악에 있어서는 확고하다. 스크랴빈 소나타 10개 전곡과 쇼팽은 전곡을 연주하고 싶은 목표를 들려줬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저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연주가가 되고 싶어요. 아직 찾는 과정 중이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뚜렷한 개성을 만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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