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클라이닝 피규어’ 동시대 이미지로 재해석
‘데오도란트 타입’ 등 최신·대표작 22점
11월8일까지 대구신세계갤러리 개인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기괴함과 독특함 사이. 멀리서는 분명 사람의 몸인데 가까이 다가가면 몸은 흩어진다. 피부를 대신한 것은 무수히 많은 사진 이미지다.
사진을 찍어 잘라 붙였다. 평면의 사진은 몸을 얻었고, 가벼운 이미지는 조각이 됐다.
‘사진조각’으로 조각의 무게와 물질성을 뒤집어온 권오상이 이번에는 20세기 모더니즘 조각의 거장 헨리 무어의 ‘와상(Reclining Figure)’을 다시 읽는다.
권오상 개인전 ‘Hybrid Abstract Scene’이 대구신세계갤러리에서 오는 11월8일까지 열린다. 최신 연작과 대표작 22점을 통해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에서 ‘리클라이닝 피규어(Reclining Figure)’로 이어지는 사진조각의 변화와 확장을 보여준다.
권오상의 출발점은 조각의 ‘무게’에 대한 의문이었다.
전통적인 조각이 돌이나 나무를 깎거나 물질을 덧붙여 단단한 질량을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권오상은 그 덩어리의 내부를 비웠다. 사진 이미지를 이어 붙여 얇은 표면을 구축했다. 육중한 물질이 사라진 자리를 가벼운 이미지가 채웠다.
그의 대표 연작 ‘데오도란트 타입’이다. 2차원의 사진 파편이 3차원의 몸을 얻으면서 평면과 입체, 실재와 환영의 경계를 흔들었다.
최근 권오상의 시선은 미술사의 고전으로 향했다.
그가 다시 불러낸 것은 헨리 무어가 평생 탐구했던 ‘리클라이닝 피규어’, 즉 비스듬히 기대어 누운 인체다. 무어의 와상을 특징짓는 유기적인 곡선과 덩어리, 조각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구멍(Void)을 자신의 사진조각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그러나 권오상의 인체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무너진다.
멀리서는 거대한 와상의 형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 가면 하나의 몸은 사라지고 표면을 뒤덮은 수많은 이미지의 파편이 모습을 드러낸다. 불규칙하게 붙은 사진들은 본래 이미지의 맥락을 지우고, 덩어리 사이에 뚫린 공간은 조각 안팎의 풍경까지 작품으로 끌어들인다.
헨리 무어가 덩어리에 구멍을 뚫어 조각의 안과 밖을 연결했다면 권오상은 그 덩어리마저 이미지로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 고전적인 와상의 형식은 유지하면서 그 몸을 동시대의 파편화된 이미지로 바꿔놓은 셈이다.
전시에서는 ‘네조각으로 구성된 비스듬히 기댄 형태(Four-Piece Composition Reclining Figure)’를 비롯해 ‘구성(Composition)’, ‘축제(Festival)’ 등 권오상의 작업 세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축제’는 사진과 폴리스티렌, 알루미늄, 에폭시 레진 등을 사용해 제작한 높이 220㎝의 사진조각이다. ‘네조각으로 구성된 비스듬히 기댄 형태’는 하나의 인체를 여러 덩어리로 해체해 펼쳐 놓는다.
올해 제작한 신작 ‘Wind Hole Relief’도 선보인다. 사진 이미지를 혼합매체와 결합해 나무 프레임 안에 구성한 작품이다.
신세계갤러리 측은 “이번 전시는 헨리 무어의 고전적 도상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전복한 ‘리클라이닝 피규어’ 연작을 중심으로 물질과 환영을 격렬하게 횡단하는 조각의 확장된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전시를 기념한 한정판도 내놓는다. 피카소의 ‘꿈(Le Rêve)’을 권오상의 사진조각 방식으로 재해석한 인센스 홀더를 50개 한정 제작해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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