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겹치면서 코스피가 14일 3% 급락한 6600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주요 빅테크 수장들이 인공지능(AI) 개발 관련 속도조절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면서 얼어붙은 반도체 투심이 증시를 짓누르는 모습이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225.54포인트(3.26%) 내린 6684.37에 마감했다.
지수는 이날 3.14% 급락한 6692.61에 출발해 개장 직후 6654.82까지 밀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후 들어 6700선을 회복하며 낙폭을 줄이는 듯 했지만, 매도세가 잇따르며 결국 6600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는 일시적인 중동 지역 긴장감 해소와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도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며 투심 회복에 일조했으나, 주말 사이 중동 정세가 바뀌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투심 회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던 걸프 국가간 외무장관급 회의는 주말 사이 연기됐고, 추가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미 국채 금리 급등의 여파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마이크론(-0.22%), 샌디스크(-3.50%), 시게이트(-3.73%) 등 반도체 주요 종목도 하락 마감했다.
여기에 빅테크 수장들이 잇따라 'AI 속도 조절론'을 제기하면서 반도체 수요 성장이 추세적으로 꺾일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2일(현지시간) AI의 발전 속도가 인간의 이해 및 통제력을 압도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AI 모델의 성능 향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위험 예방이 AI 모델 성능 향상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도록 역량 발전의 템포를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모데이 CEO의 게시글 이후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이 같은 생각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AI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은 고조된 상황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날 코스피 급락은 AI 개발 관련 속도조절 논란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도 "이번 논의가 AI 개발 중단이 아닌, 속도와 안전성 검증을 조절하자는 성격이란 점에 주목해야 하며, 투자 사이클 둔화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아닌 개발 관련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이는 윤리를 비롯한 보안 시스템 강화와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이미 완판 상태이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시장의 83%를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하락은 실적이 아닌 심리가 주도한 하락"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조9120억원, 1조721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과 기타법인은 각각 4조1572억원, 1조4534억원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기타자본재(3.26%), 미디어(1.25%), 백화점(0.90%) 등은 올랐지만, 반도체(-4.97%)를 필두로 에너지(-3.38%), 기계(-3.31%), 자동차(-2.84%), 보험(-2.10%), 철강(-2.10%) 등 대부분 업종이 하락했다.
시가총액 상위권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05%, 6.35% 급락한 24만9000원, 169만7000원에 마감했다. 이밖에 SK스퀘어(-8.17%), 삼성전기(-4.50%), LG에너지솔루션(-2.36%), 현대차(-2.88%), 삼성생명(-3.09%) 등도 부진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13.85포인트(1.69%) 내린 806.79에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227억원, 351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506억원을 순매수했다. 기타법인은 코스닥 시장에서 10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시총 상위 종목 중에서는 로보티즈(0.31%)를 제외한 대부분 종목이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5.80%), 이오테크닉스(-3.93%), 레인보우로보틱스(-3.56%), 에코프로(-3.44%), 알테오젠(-2.99%), 등이 크게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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