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영상 삭제 요청했더니…이름·연락처·내용 외부 유출
구글 "기술적·인적 오류"…부사장 명의 공식사과 후 확약
2018년 이후 추가 유출 자료 요구…9일 삭제 지원 재개
원민경 성평등장관 "실수로 넘길 사안 아냐…위법 땐 책임"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영상물 삭제 요청 과정에서 피해자 등의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구글에 대해 고발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
구글에 과거 추가 유출 여부를 확인할 자료를 요구하는 한편, 다른 플랫폼의 정보 제공 실태도 조사하고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등과 함께 성폭력처벌법,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구글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평등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와 지원기관이 피해영상물 삭제를 위해 구글에 제출한 정보 일부가 외부 사이트에 무단으로 공개된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는 피해자의 이름·나이·직장·학교·휴대전화 번호를 포함한 개인 식별 정보와 피해 상황을 설명한 내용 등이 포함됐다. 외부에 공유되지 않아야 할 삭제 요청 내역 일부가 구글을 통해 유출된 것이다.
원 장관은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영상물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기를 바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삭제를 요청한다"며 "그 과정에서 제출한 민감한 정보와 삭제 요청이 또 다른 공간에 공개됐다면 이는 피해자에게 또 한 번의 피해를 가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성평등부는 사안을 인지한 직후 구글과 해당 사이트에 관련 정보의 즉각적인 삭제·차단을 요구하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를 통해 긴급 차단에 나섰다.
방미심위는 지난달 28일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정보 15건을 긴급 차단했으며, 이달 1일 기준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으로 검색되는 200여건 전체를 차단했다. 이어 7일 오전 1시께부터 한국의 개인과 지원기관 등이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내역 전체가 해당 사이트에서 차단된 것을 확인했다.
성평등부는 5일 긴급 회의를 열고 구글에 피해자 정보 유출과 조치 지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철저한 진상 파악과 신속한 조치, 재발방지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원 장관은 전체 차단까지 약 2주가 걸린 이유에 대해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는 정보를 우선 차단한 뒤 불법 유해사이트로 연결되는 내역과 한국에서 제출된 내역 등을 단계적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는 언론사로부터 관련 문의를 받기 전까지 구글을 통한 정보 유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이경숙 성평등부 성평등정책실장은 "저희는 구글을 통해 삭제 요청을 하는데, 구글은 어떤 개인정보도 외부에 내보내지 않는다는 게 내부 방침이고 정책"이라며 "구글이 다른 곳으로 이 정보를 보낸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몰랐다"고 해명했다.
이어 "다른 국제기구에도 확인했는데 그쪽에서도 그 사이트의 존재를 모르고 있을 정도"라며 "구글이 그 정보를 외부로 보내는 것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이번 유출이 기술적·인적 오류로 발생했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으나, 정부는 구체적인 유출 경위를 추가로 확인하고 고발을 포함한 재발방지 및 피해자 보호 지원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함께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구글에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이번 사안 외에 추가 유출이 있었는지 자료 요구한 상태다. 2018년은 불법촬영물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개소한 시기다.
아울러 다른 플랫폼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원 장관은 "이번 일은 단순한 시스템상의 오류나 실수로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라며 "구글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했다.
성평등부는 5일 구글코리아 부사장 등이 참석한 대면회의에서 정보 유출과 조치 지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7일에는 구글싱가포르 책임자 등과 조치 상황과 재발방지대책을 점검했다.
9일에는 향후 한국에서 접수되는 모든 삭제 요청 자료를 외부에 공유하지 않겠다는 구글의 확약을 담은 공문을 확보한 뒤, 이번 유출로 중단됐던 구글 대상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을 재개했다.
구글도 같은 날 부사장 명의로 공식 사과하고, 노출이 확인된 고지문과 관련 정보를 해당 사이트 서버에서 영구 삭제했다.
다만 확약 공문에 향후 법적 조치에 대한 구글의 책임까지 구체적으로 담기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재발방지대책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원 장관은 "확약과 무관하게 사실은 구글의 법적 책임은 성립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이런 확약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더욱더 무거운 책임이 아마 부과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성평등부는 피해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알리고, 2차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법률·상담·심리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원 장관은 "구글의 재발방지대책이 실효성 있게 마련되고 실제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또 "불법촬영물 등을 소지·시청하는 행위도 성폭력처벌법상 처벌 대상에 해당한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추가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언론에도 피해 정보가 유출된 사이트의 실명을 보도하지 않는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지속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7일 구글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외부 사이트에 제공된 개인정보의 규모와 항목, 제공 기간 등을 확인하고, 피해자의 동의를 받는 등 민감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적법한 근거와 절차를 갖췄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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