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블리자드 노조, 2년 교섭 끝 첫 단협 타결
AI 전면 금지 대신 '절차적 교섭권'…해고 후 14개월 우선 재채용 권리도
국내 게임사도 인력 축소·AI 도입 동시 진행… K-게임 노사 관계에 파장 예고
미국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직원 약 1900명은 AI가 자신의 업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 회사가 시행에 앞서 노조와 협상하도록 하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담았다.
게임사가 생성형 AI를 개발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AI가 기존 직무에 영향을 줄 때 근로자가 협상권을 갖는다는 원칙을 명문화한 것이다.
10일 미국통신노동조합(CWA) 등에 따르면 블리자드 노조 가입 직원들은 모회사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약 2년간 진행한 협상 끝에 첫 대규모 단체협약을 비준했다.
적용 대상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오버워치', '디아블로', '하스스톤', '워크래프트 럼블' 개발조직과 품질보증(QA), 플랫폼·기술, 스토리·프랜차이즈 개발 부문 등 약 1900명이다.
◆AI 사용 금지 아닌 '절차' 명문화
CWA는 이번 협약에 회사가 "직장 내 인공지능 사용에 대해 논의하고, 평가하며, 교섭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고 밝혔다. AI 사용 자체를 막은 것이 아니라, 도입 과정에 노조가 참여하도록 절차를 만든 것이다.
AI가 코딩이나 아트 제작, QA, 현지화, 고객지원 등에서 사람의 업무 방식이나 필요 인력을 실질적으로 바꿀 경우 노사가 먼저 영향을 논의하도록 한 셈이다.
다만 어느 수준의 도입을 '실질적 영향'으로 볼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코딩 보조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대체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있을지는 협약 적용 과정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감원에도 안전장치…14개월 우선 재채용
이번 단협에는 직원 감원 시 보호 조항도 담겼다. 노조원은 해고 발표 후 14개월 동안 블리자드 내 다른 교섭단위에 빈자리가 생기면 우선 재채용될 권리를 갖는다. 근속기간과 무관하게 추가 4주분의 퇴직보상도 보장된다.
AI 조항과 감원 보호장치가 하나의 협약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AI 도입이 실제로 조직과 인력 구조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노사가 함께 전제로 삼았다고 볼 수 있어서다.
CWA는 이번 협약이 미국 게임업계에서 AI와 고용 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요한나 페리스 블리자드 사장은 "이번 비준은 중요한 이정표이며, 계속 함께 일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 업계로 논의 번질까
이번 협약은 게임업계가 비용 절감을 위한 감원과 AI 도입을 동시에 추진하는 국면에서 나왔다.
MS는 지난 7월 6일 전체 인력의 약 2%인 48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엑스박스 부문에서만 우선 1600명, 회계연도 내 약 3200명이 줄어든다. 이는 글로벌 엑스박스 인력의 약 20% 수준이다. 4개 스튜디오는 독립 운영으로 분리된다.
국내에서도 인력 감소와 AI 도입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 게임사 9곳의 직원 수는 6월 말 기준 1만9567명으로, 지난해 말 1만9748명보다 181명(0.9%) 줄었다. 9곳 중 6곳이 인원을 줄였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생성형 AI를 개발 과정에 빠르게 도입하고 있어 비슷한 논의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개발자들은 생성형 AI를 코드 작성과 버그 수정, 콘셉트 아트 제작, 번역·현지화, QA 자동화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는 AI 캐릭터나 게임 플레이를 직접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려는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AI가 단순 보조를 넘어 기존 직무를 대체하는 단계로 확대되면 국내에서도 단체협약에 사전 협의나 직무 재교육, 인력 재배치를 담는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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