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XA 업계 의견 수렴…"손익 통합 신고·해외 거래정보 확인 체계 갖춰야"
해외거래소·개인지갑 거치면 취득가액 확인 난항…과세 인프라도 미비
[서울=뉴시스]송혜리 기자 = 가상자산 업계가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을 앞두고 과세 시기를 추가로 유예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간 가상자산의 취득가격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거래 유형별 과세 기준과 신고 인프라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현 상태에서 과세를 시작하면 투자자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과세 자체보다 '정확하게 세금을 계산할 수 있는 환경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 코인 얼마에 샀나…취득가액부터 '난제'
1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최근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해 '가상자산소득 과세 관련 가상자산업권 의견서'를 마련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이 적용된다.
첫 신고·납부는 2028년 5월 이뤄질 예정이지만, 관련 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 미비한 과세 인프라와 불명확한 과세 기준 등을 이유로 추가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의견 수렴에서도 가상자산사업자들은 과세 시행 시기를 추가로 유예하고 유예 기간 동안 과세 기준과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업계는 투자자의 실제 과세 대상 소득을 계산하기 위한 '취득가액 검증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문제로 꼽았다.
가상자산에 세금을 매기려면 투자자가 얼마에 취득해 얼마에 처분했는지를 파악해 과세 대상 소득을 계산해야 한다. 문제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에서 국내 거래소로 들어온 가상자산이다. 국내 사업자로서는 해당 가상자산을 투자자가 언제, 얼마에 취득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예컨대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자산을 매수한 뒤 개인지갑을 거쳐 국내 거래소로 옮겨 매도하면 국내 거래소에는 최초 취득가격에 대한 정보가 없을 수 있다. 게다가 여러 국내외 거래소와 개인지갑을 오가며 거래한 경우에는 정확한 취득가액과 전체 손익을 계산하기가 더욱 복잡해진다.
가상자산 특유의 다양한 거래를 어떻게 과세할지도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업계는 스테이킹·렌딩·에어드롭·하드포크는 물론 탈중앙화금융(DeFi), 실물연계자산(RWA), 대체불가능토큰(NFT), 토큰스왑 등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해서도 명확한 과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업계는 '표준화된 전산 연계 체계'마련도 쟁점으로 꼽았다.
금융회사는 국세청과 연결된 표준화된 전산망을 통해 금융자료를 조회·제출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사업자에게는 이와 같은 공통 전산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얘기다. 거래소마다 데이터 구조가 다른 데다 가상자산은 원화 입출금뿐 아니라 지갑주소, 보유수량, 분할 체결, 에어드롭 등 처리해야 할 정보도 복잡하다.
업계는 과세당국이 조회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와 기준도 사전에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상자산은 24시간 거래되고 거래소 밖 개인지갑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 기존 금융자산과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조회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회 범위가 거래소 계정을 넘어 개인지갑 주소나 블록체인상의 자금 이동 경로까지 확대될 경우 개인정보 침해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거래소만 들여다보나"…해외거래소와 형평성도 쟁점
국내 거래소와 해외 거래소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국내 가상자산사업자는 과세당국의 자료 제출이나 조사 요구에 대응해야 하지만 해외 거래소에는 국내 조사권이 실질적으로 미치기 어렵다. 업계는 이 같은 차이가 지속되면 일부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나 개인지갑으로 자산을 옮기는 유인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거주자 과세도 정비가 필요한 부분으로 꼽혔다. 현행 고객확인(KYC) 과정에서 확보하는 신분증이나 계좌, 휴대전화, 주소 등의 정보만으로는 이용자가 세법상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를 거래소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 비거주자에 대한 원천징수 의무를 사업자가 이행하려 해도 과세 대상자를 가려내는 것부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과세를 유예하는 기간 동안 투자자가 여러 국내외 거래소에서 발생한 손익을 합산해 신고할 수 있는 자진신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가상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를 통해 해외 사업자의 거래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이 실질적으로 작동한 이후 과세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과세 방식 자체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냈다. 주식 등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기본공제 한도를 높이고 한 해 발생한 손실을 이후 연도의 이익에서 차감할 수 있는 손실 이월공제를 최소 5년간 허용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아울러 업계는 가상자산을 둘러싼 법적 성격과 분류체계가 먼저 확립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을 통해 가상자산 법적 체계를 마련한 뒤, 이에 맞춰 과세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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