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노조 "현장 외면한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즉각 중단해야"

기사등록 2026/09/10 14:00:00 최종수정 2026/09/10 15:44:53

"본회의 논의 없고 교사도 배제…밀실추진"

국가교육발전계획 초안에 '3시 하교' 담겨

국교위 "유출본 원점에서 재검토해 작성"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6.09.03.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의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초안에 초등학교 저학년 수업 시간 확대 방안이 담기자,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즉각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교사노조는 10일 오후 정부서울종합청사 앞에서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 공백을 수업 연장으로 해결하지 말라"며 "돌봄 공백을 이유로 모든 저학년 학생의 정규교육시간과 학교 체류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은 학생의 발달과 학교 현장을 외면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는 초등학교 1·2학년의 정규교육 시간을 늘려 오후 3시에 하교시키는 방안을 국가교육발전계획 초안에 담았다. 초안에는 2031년에 1학년, 2032년에 2학년으로 확대하는 일정까지 담겼다.

국교위는 "개별의제의 국가교육발전계획 포함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며 "유출본은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작성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교육 현장의 반발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교사노조는 추진 과정의 절차적 하자와 교사 배제 문제를 짚었다. 교사노조는 "이 방안은 국교위 본회의에서 공식 안건으로 논의된 적조차 없고 계획을 작성한 비공개 통합지원단 16명 가운데 현직 유초중고 교사도 단 한 명도 없다"며 "국교위는 '초등 저학년 3시 하교' 밀실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체류시간을 일괄적으로 늘리는 방식이 학생 발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민 충남교사노조 조직국장은 "저 역시 2학년 담임을 하며 한 교시 40분을 버티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매일 교실에서 마주했다"며 "자리에 오래 앉아 있기 어려워하고, 친구에게 자꾸 시선이 가고, 몸을 움직이고 싶어하는데 지금 논의되는 정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6교시, 7교시까지 더 수업하자고 한다"고 했다.

실제로 교사노조가 최근 초등 1~2학년 담임 경험이 있는 교사 46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7.7%는 교육시간 확대가 학생의 학습·정서·신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짧은 집중력을 지닌 저학년의 학습 피로 누적과 학교 거부감 유발'이 86.5%로 가장 많이 꼽혔다.

수업 시간 확대로 인한 업무 부담 가중도 우려했다. 김성희 전국특수교사노조 교권국장은 "특수교사 정원 확보율이 80.7%인 상황에서 특수교사는 수업뿐 아니라 지원인력 채용, 급여 지급, 관련 서비스 행정 업무까지 감당하고 있다"며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3시 하교'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돌봄 공백과 사교육 부담은 교육시간 확대가 아닌 돌봄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채유경 경기교사노조 위원장은 "모든 아이의 정규수업 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방과후·돌봄의 질과 선택지를 높이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돌봄을 교육에 억지로 욱여넣지 말라"고 전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 역시 "이미 늘봄학교와 돌봄교실, 방과후 프로그램이 공백을 충분히 메우고 있는데, 굳이 정규수업 시수를 늘릴 이유가 없다"며 "돌봄은 학교 울타리에만 가둘 것이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분산형 시스템으로 운영해 학교의 행정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초등학교 연간 수업 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라는 논리에 관해서는 "쉬는 시간과 자율활동 등이 포함된 외국 통계의 이면을 보지 못한 섣부른 해석"이라며 "저학년 시기에는 억지 교실 체류보다 놀이와 정서적 안정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교사노조는 국교위를 향해 '3시 하교'가 국가교육발전계획 초안에 포함된 경위와 논의 자료를 공개하고, 추진을 즉각 중단하며, 현장 교사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숙의 절차를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지자체 중심의 돌봄망 확충과 육아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국가 책임을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교사노조는 "학교의 책임을 늘리기 전에 국가가 감당해야 할 책임부터 다해야 한다"며 "국교위는 현장의 엄중한 경고를 받아들이고 관련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한편 국교위는 오는 10월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발표하고, 대국민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내년 3월 말 확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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